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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신여권 검수완박 합의 번복 기류, 우려되는 정국 재경색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과 이른바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한 것을 두고 후폭풍에 휩싸였다. 특히 검찰의 선거·공직자 직접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기로 한 내용이 중재안에 담긴 것을 두고 역풍에 직면한 모양새다. 정치권이 뻔뻔스럽게도 자신들을 옭아맬 족쇄를 셀프 제거하는 데 야합했다는 비난이 들끓는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정치인들이 스스로 정치인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해상충 아니겠나”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 없이 급하게 추가 입법이 되면 문제점들이 심하게 악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급기야 이준석 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협상안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신여권 전반에서 검수완박 합의 반발 기류가 일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면서 ‘검수완박’을 둘러싼 파국적 국면을 피했다. 민주당은 위장탈당 등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며 일방 독주한 입법이라는 부담을 덜었고, 국민의힘은 물리적 저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검찰의 보완수사권과 2대 범죄(부패·경제) 수사권을 지키는 차선책을 택한 것이다. 물론 이번 합의안은 정치권이 자신들을 겨누는 칼날을 무디게 하는 이해상충 측면이 있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검찰은 올 9월부터 공무원, 선거와 함께 대형 참사, 방위사업 분야 수사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돼 일시적으로 부패 대응 역량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야는 지지층 이해만을 완벽하게 대변할 수는 없다. ‘절반의 성공’을 받아들이고 미진한 부분을 메워가는 후속작업을 해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양당 원내대표가 의원총회까지 열어 추인한 합의안을 번복하는 것은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

국민의힘 당 대표와 원내대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윤석열 당선인 간의 불협화음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여야 합의 당일 그 결정을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으나 윤 당선인은 이틀만에 대변인을 통해 “일련의 과정을 국민이 우려하는 모습과 함께 잘 듣고 잘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우려’라는 말로 부정적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70년 만에 형사사법체도의 틀을 바꾸는 중차대한 문제를 두고 신여권이 갈팡지팡하며 방향을 못잡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합의안 번복이 가져올 정국 재경색이다. 민주당이 합의 번복을 빌미로 강경 대응으로 치달으면 당장 이번주부터 막을 올리는 총리·장관 후보자 청문회부터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물가 급등 등 민생 안정이 최우선인 시점에서 새 정부 출범부터 삐걱대면 국민 원성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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