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힘든 여건에도 일자리도 많이 만들고 각종 사회공헌은 물론 연구개발로 나라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환경 문제 해결에도 가장 앞장서는 데 왜 기업들은 미움만 받고 있는지 속상합니다.”
최근 부산에서 개최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대회’ 중 기자와 만난 한 기업인은 이같이 토로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어떤 악재가 도래할지 모르는 ‘변수’와 자신들을 향한 싸늘한 시선을 ‘상수’로 두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민간기업 109곳을 대상으로 ‘반기업 정서 기업 인식조사’를 한 결과 반기업 정서가 ‘존재한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93.6%에 달했다. 기업 10곳 중 9곳 이상이다. 반기업 정서를 느끼는 정도는 대기업에서 가장 컸다. 소속 근로자 1000명 이상의 대기업은 반기업 정서를 100점 만점에 83.8점으로 평가했다. 300~999인 기업과 300인 미만 기업의 평가점수는 각각 61.6점, 66.0점이었다. 반기업 정서 추세에 대해 기업 42.2%는 과거보다 심화됐다고 답했고, 비슷하다는 기업은 34.3%로 기업의 76.5%가 과거 대비 개선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기업이 전적으로 억울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부터 계속된 일부 기업인의 위법 행위나 정경유착, 기업 특혜 시비, 세습 및 족벌경영 등 기업이 초래한 반기업 정서 유발 요인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준법경영 등이 이미 핵심 가치로 자리잡았다. 심지어 ‘반(反)기후·반 ESG’에 해당하는 사업 또는 기업에는 금융권의 투자가 축소되고 있다. ‘가치 경영’에 실패한 기업은 사실상 퇴출되는 혹독한 생태계가 마련됐다. 또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 공시로 회사 소유구조나 주요 사업 내용 변경 시 기업들은 주주 보호 방안을 확보해야 한다. CEO 승계 프로그램 관련 내용도 보고서에 세부적으로 명시해야 하는 등 한층 깐깐한 경영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올 초 본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전국 만 18~39세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대기업’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해 설문한 결과, 가장 많은 55.0%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고 응답했다. ‘투명경영과 사회적 책임’이 떠오른다고 한 응답자도 10.1%를 기록했다. 특정 세대 중심이지만 대기업에 대한 긍정적 반응도 확인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줄곧 기업을 동반자로 치켜세우며 ‘민관 합동’을 강조하고 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도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유치하자고 제안했다. 기업을 옥죄는 ‘모래주머니(규제)’도 반드시 풀겠다고 약속했다.
예열은 충분히 진행됐다. 관건은 윤 당선인 취임날인 5월 10일 이후다. 새 정부와 기업의 ‘허니문’으로만 끝나선 안 된다. 정부는 기업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게 적극 뒷받침해야 하고 기업은 경제 성장 선봉장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명제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이를 국민들이 체감할 정도로 실현했을 때 반기업 정서 해소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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