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군 회천면 율포해변 가는길 왕벚나무 가로수가 잘려나간 현장 |
[헤럴드경제(보성)=박대성 기자] 전남도가 100억 여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건설 중인 보성군 회천면 동율리 일원 지방도 2.8km에 대한 확·포장 공사를 시행하면서 주민들의 반대민원에도 불구하고 60여년생 왕벚나무 40그루를 마구 베어내 물의를 빚고 있다.
발주처인 전남도는 도로공사 기간 도로변 왕벚나무를 임시 식재한 뒤 옮겨심지 않고 경제성을 이유로 마구 베어내 전남의 브랜드 시책인 ‘숲속의 전남’ 구현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전남도에 따르면 보성군 회천면 일대 ‘밤고개~율포 간 지방도 확·포장 공사’는 총 사업비 100억원을 투입해 2.8㎞ 구간에 현행 2차선인 도로 너비를 3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군청의 반대를 무릅 쓰고 녹차밭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사진촬영 명소로 꼽히는 도로변 왕벚꽃 군락지 40여 그루를 베어내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최근 율포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 김모(27·여) 씨는 "제작년 왕벚나무 가로수길에서 인증샷을 찍어 카톡에 올렸더니 친구들이 어디서 찍은 거냐고 많이 물어와서 뿌듯했던 기억이 새록 새록하다"며 "휴가철에 와보니 가로수길이 휑뎅그렁해 기분도 눅눅 해진다"고 말했다.
식생한 지 60년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구간 왕벚나무는 총 340여 그루로 조사됐으며, 이 가운데 40여 그루가 잘려져 나가 왕벚나무 군락지의 12%가 훼손됐다.
60년 간 생장한 왕벚나무는 그루당 200여만원에 거래돼 손실금액이 8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전남도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가로수 이식비용을 아끼기 위해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사 시공사는 가로수 왕벚나무를 가이식하는 방법을 하지 않고 베어 내서 폐기물 처리를 한 것도 논란이고, 주당 200만원인 왕벚나무를 베어내고 주당 20~30만원 선인 어린 벚나무를 식재해 부당이득을 챙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감자농사를 짓는 한 회천면민은 "녹차밭이 관광지이니까 작년에 도로공사 시작할 때 살리자고 주민들이 군청에 민원을 제기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농사 일도 바쁜데 벚나무를 지키는데 얽매일 수 없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보기 좋은 벚나무 수십 그루가 베어져 있었다"며 속상해 했다.
보성군 관계자도 "군청에서도 가로수를 없애는데 공문으로 반대의견도 냈음에도, 전남도에서 강행 처리했다"며 "도로 확.포장 공사가 끝나면 대체식수를 심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다 베어낸 것이 아니라 공사구간 2.8km에는 아직도 300여 그루가 남아 있다"며 "이식도 고려했지만 벚나무 성목은 생착(생존) 비율이 낮고 이식 비용이 더 많이 들어 경제성을 고려해 최소한의 나무만 잘라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령이 100년된 나무도 옮겨 심어 살려내는 마당에 마을주민과 수십 년간 동고동락한 가로수를 일순간 제거한 것은 수목의 생명을 경시한 일방통행식 도로행정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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