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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어코 로켓 발사한 北, 무엇을 얻을까
북한이 국제사회 제지를 뿌리치고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12일 기어코 발사했다. 당초 10~22일로 예정했다가 다시 29일께로 연기하더니 느닷없이 이날 발사를 강행했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윽박지르고 중국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와중이어서 국제사회는 더 큰 충격에 빠졌다. 누가 뭐라든 갈 길은 가겠다는 마이웨이 식 통치에 허를 찔린 셈이다.

우리 정부 역시 이번에도 대북 정보망에 허점을 드러냈다. 북한이 평북 철산군 동창리 기지의 발사대에서 조립해 뒀던 로켓을 해체 중이라고 했다. 또 조립에 사용했던 크레인을 동원해 3단계 로켓부터 해체하는 모습이 11일 포착됐다는 설명도 내놓았다. 앞으로 10일 안에는 발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모든 내용이 허구였음을 북한이 입증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북정보시스템에 심대한 결함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북한은 지난 1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받들어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쏘아올리게 된다”고 떠들어댔으나 지난 8일부터 동창리 주변의 발사 준비작업이 중단되는 등 이상 징후를 보여 왔다. 기술적 결함이니, 혹한기 기기 장애니 하는 분석도 있다. 또 이런 이유를 내세워 북한이 마치 백기라도 들 것인 양 호들갑도 떨었다.

그러나 과정이야 어떻든 북한은 결국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이제 유엔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수단 강구는 불가피해졌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위성이든 미사일이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목적과 관계없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제재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미국 역시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2005년의 대북 금융제재를 다시 꺼내들 공산이 커졌다. 중국의 시진핑 체제에서 북한의 잘못된 선택은 고립과 궁핍을 더 가속화할 따름이다.

북한으로서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유훈사업을 이행하고 동시에 김의 사망 1주기(17일)를 기념한다는 측면이 있겠지만, 이로써 당위성을 확보하려 든다면 터무니없는 일이다. 북한은 지난 3월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로 북한 주민이 1년 동안 먹을 옥수수를 살 수 있는 돈에 해당하는 약 1조원(8억5000만달러)을 허공에 날려버렸다. 이번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혹한기에 먹을 식량마저 고갈된 주민들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북한 정권이 얼마나 고립되고 고통을 받아야 정신을 차릴지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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