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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소규모 건설현장 안전불감증 심각
겨울철 공사장 안전사고가 잇따라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충북 제천에서 29일 발생한 ‘부동액 컵라면ㆍ커피’ 사고는 공사장 안전의식 부재가 낳은 전형적 인재(人災)가 아닐 수 없다. 대학 기숙사 신축 공사를 하던 인부 수명이 페트병에 든 부동액을 생수로 잘못 알고 컵라면과 커피를 끓여먹다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타설한 콘크리트가 얼지 않도록 방지하는 건축용 부동액은 인체에 흡수되면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키고 심하면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 위험물질이다. 그런데도 아무렇게나 방치해 먹는 물로 오인하는 사고가 툭하면 터진다. 지난 1월에도 전북 고창에서 똑같은 사고로 한 명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더욱이 색깔도 냄새도 없는 데다 사용 편의를 위해 통상 1.5ℓ짜리 생수병에 넣어두고 쓰니 누가 봐도 물로 착각하기 딱 알맞다. 관리자가 알림 스티커를 붙이거나 매직펜으로 ‘부동액’ 세 글자만 적어놓아도 얼마든지 비켜갈 수 있었다.

또 엊그제는 경기도 수원의 한 연구소 신축 공사장에서 야간작업 중이던 인부 한 사람이 3층 높이의 난간에서 떨어져 숨졌다. 그 며칠 전에는 김포 아트홀 공사장에서도 콘크리트 상판을 지탱하는 철 구조물이 휘어져 있는데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다 무너지는 바람에 한 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있었다. 두말할 것 없이 안전불감증이 부른 사고다.

공사장에서의 안전수칙은 인명사고를 막아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러나 상당수 공사장이 본격 추위가 닥치면 공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며 매년 이맘때에는 작업을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해까지 짧아 사고 위험이 매우 높은 시기다. 실제 건설 분야에서 발생하는 연간 재해의 20% 이상이 11월과 12월 초에 집중된다고 한다.

공사장 안전사고로 한해 600명이 숨진다고 하니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겨울철 공사장 안전지도에 적극적이기는 하나 효과는 의문이다. 서울시만 해도 지난 15일부터 1주일간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지하철 9호선, 구리암사대교, 관악산 지하터널 등 주요 공사현장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런 대형 공사장은 평소에도 안전관리가 비교적 철저하다. 문제는 중소 규모의 개별 공사장이다. 관리 감독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아 안전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것이다. 공사장 안전 교육을 의무화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지도와 감독 강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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