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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네거티브 大選, 이러다 나라 망신 살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간의 과거 공방이 볼썽사납다. 눈만 뜨면, 입만 열면 미래가 아닌 과거사를 놓고 물고 뜯기 바쁘다. 정치쇄신 운운하던 며칠 전 모습은 간 곳 없다. 첫 포문부터가 ‘친노폐족’과 ‘유신잔당’이었다. 박 후보는 “실패정권(노무현 정부)의 핵심 실세”라고 몰아붙였고, 문 후보는 “유신독재(박정희 정부) 잔재 대표”라며 날을 세우기에 바빴다.

정책을 놓고도 거꾸로 행진이다. 민생후보니 서민후보니 말만 앞세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한ㆍ미 FTA, 제주해군기지 등에서 말 바꾸고 책임 안 지는 세력이라 몰아붙이고,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5년 실정의 책임 절반은 박 후보에게 있다며 민생파탄 협력 후보라고 비난한다. 노 정부 당시 대학등록금이 폭등했다며 석고대죄할 후보라는 새누리당 주장이나 경제민주화 등 준비 안 된 가짜후보라는 민주당의 맞장구 모두 대선 본연과는 거리가 멀다.

외신들도 덩달아 나선다. CNN은 박 후보를 ‘전 대통령의 딸(daughter of former president)’로, 프랑스의 르피가로는 ‘과거 독재자 대통령의 딸’로 지칭했다. 문 후보 역시 비슷한 처지다. 뉴욕타임스는 ‘노무현의 협력자(ally of former president Roh Moo-hyun)’, 요미우리는 ‘노 정권 탄생 후 최측근으로 요직을 역임한 콤비’라는 표현을 썼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수식어가 이 정도라면 후보들부터 반성할 것이 많다. 비생산적인 설전을 생중계하듯 담아내는 우리 언론도 각성할 부분이 적지 않다.

초기 기선제압의 중요성을 이해 못할 바 아니나 대선다우려면 미래 가치, 다시 말해 정책다운 정책을 놓고 제대로 된 일합(一合)을 해보라는 것이다. 우선 쏟아낸 퍼주기식 복지정책을 책임질 재원 조달방안을 놓고 열띤 공방부터 해보기 바란다. 묘수가 없다면 이제라도 국민 앞에 양해를 구하고 공약의 폭을 현실성 있게 줄여야 한다. 양측 복지공약을 추리고 추려도 연간 20조원 안팎의 예산이 소요된다. 장기불황에 법인세ㆍ소득세 등 세수 감소는 분명하다. 표 때문에 증세에는 입도 뻥긋 못하질 않는가.

낡은 프레임 대결은 구태의 전형이다. 유럽발 재정위기는 예외 없이 글로벌 전역을 강타하고 있고, 북한의 핵문제와 미사일 발사, 권력 변화 등 불가측성은 한반도 안보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내치와 외치 모두에 능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때다. 아무리 양강 구도라지만 네거티브로 일관한다면 결국 나라 꼴이 말이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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