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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광장 - 장용동> 진정한 새벽의 조건
아직 바닥에 닿지않은 시장경기
새싹 돋아나기엔 시기상조
진정한 새벽은 고난 후 오는 법
부동산 바닥론은 성급한 기계음




시대의 명의(名醫)가 죽음을 맞는다. 그를 아는 많은 사람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임종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다. 그는 매일 실천해야 할 3가지와 매일 먹어야 할 2가지를 충고하고 눈을 감는다. 매일 실천사항으로 첫째 적게 먹고(소식), 둘째 충분히 잠을 자며(숙면), 셋째 걷는 것(운동)을 꼽았다. 매일 먹어야 할 2가지는 웃음과 사랑을 들었다고 한다.

평범한 건강생활 수칙이지만 명의가 죽음의 문턱에서 내놓은 체험적 교훈이자 실천사항이기에 더욱 값지게 들린다.

안철수 대선후보의 사퇴를 놓고 말이 많다. 온실 속 CEO 출신으로 뒤가 약해 대통령감으로는 부적절했다는 원초적 인물론에서부터 TV 토론에서 MB에 비유하며 공격한 문재인 후보에 충격을 받은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민주당 측근을 선대위에 배치, 모든 정보가 흘러들어가 조직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그의 51세 삶의 여정이 정치가와 전혀 다른 길을 걸었고, 소위 쓴맛이나 막장을 보지 못한 데 기인한 것 아닐까. 국민의 정치혐오증을 대중적 이미지로만 맞서려다 결국 좌초, 퇴진한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사실 그의 측근은 일찍부터 조직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하게 건의했다 한다. 후보 등록을 마치면 일단 전국 300여 곳에서 유세 차량이 움직이고 안철수를 환호할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고 설득했으나 안 후보는 안중에도 없었다 한다. 독자출마 시 200억원을 상회하는 선거자금의 득실 그리고 정권교체 실패에 대한 사후적 비난 등도 조기 퇴진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정치권의 막장 조직과 생리를 애써 외면했고, 대선이라는 극한 한판의 체험 자체를 부정해 중도하차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명의가 숱한 환자의 죽음 끝에 건강수칙을 얻어낸 것과 달리 안 후보는 정치철학을 막장 경험에서 키우지 못해 미완의 화두로 끝났다.

세상살이에 공짜는 없다. 처절한 고난이 있어야 진정한 새벽이 오는 법이다.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바닥 논쟁이 일고 있는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절망과 희망의 명암이 하루가 멀다하고 교차한다. 미국 고용회복 등도 마사지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경제회복에 재차 거품을 조장하고 있다. 중국의 세대교체와 경기부양도 시시각각으로 온도 차가 극과 극이다. 우리의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자산시장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춤추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글로벌 경제나 우리 내수시장이 아직 막장에 이르지 못했고, 이에 따라 새싹이 돋아나기에는 시기상조다. 새벽이 오기까지 다양한 어둠이 존재하고 어둠의 해법이 한군데로 모아질 때 진정한 새벽이 밝아올 것이다.

안 후보 사퇴에서 보듯 어둠을 논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새벽을 맞이할 수 없다. 경제민주화를 놓고 설왕설래하듯, 지금은 더 무너지고 더 다듬는 진통이 필요하다.

부동산시장의 바닥론이 솔솔 거론되지만 역시 망가지기도 전에 나오는 성급한 기계음에 불과하다. 용인권 기흥 등에서는 입주한 지 1년 이상 된 미분양단지의 아파트 매물이 정상 분양가의 28% 수준에 나오고 있다. 최근 수원 망포에서도 미분양 아파트 매매대금이 평당 정상 분양가(1400만원선)의 30%선에 나올 정도다. 기존의 주택시장이 완전히 무너지고 이에 대한 합리적 지지선이 나와야 주택시장은 정상화할 것이다. 어정쩡한 정부 대안으로 지지선을 만들려고 노력할수록 이 같은 고난의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연착륙을 유도하는 기본 가이드라인은 필요하지만 인위적 떠받침이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무너져야 정상화의 비전이 보인다는 교훈은 글로벌 경제를 위기에 몰아넣은 미국 주택시장의 본격 회복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ch10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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