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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창의와 혁신 사라져 추락한 일본 소니
일본 전자산업의 간판인 소니와 파나소닉의 국제신용등급이 정크(투자 부적격) 수준으로 추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소니의 신용등급을 ‘BB-’로 3단계 낮췄고 파나소닉 역시 ‘BB’로 두 단계 떨어졌다. 모두 부실기업에나 적용되는 등급이다. 일본의 3대 전자업체의 하나인 샤프는 이미 8월에 아예 회복 불가능 수준인 ‘B-’로 강등됐다. ‘전자왕국’ 일본 신화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이들 기업의 몰락으로 일본 사회는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소니를 주축으로 하는 일본 전자산업은 전후 일본 부흥의 상징이며 자존심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실제 이들 기업의 성장사는 패전의 역경을 딛고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도약한 일본 경제발전사 그 자체였다. 그러기에 소니의 위기는 단순한 경제적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다. 일본 열도가 느끼는 불안감과 초조감이 더욱 증폭되는 이유다.

피치가 소니를 강등한 여러 이유 중 ‘주요 제품의 기술적 우위 상실’을 먼저 꼽은 것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소니는 한때 기술과 혁신의 대명사였다. 그동안 세상에 없는 혁신적인 신제품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이런 제품들로 무장한 소니는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며 일본의 경제 부흥을 이끌었던 것이다. 그 대표적 상품은 1980년대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워크맨이다. 고품질의 음악을 야외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음악계의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소니의 창의와 혁신은 사라졌다. 오늘의 위기는 그때 잉태된 것이다. 지난 30년간 소니는 단 한 건의 혁신적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 미래 가능성에 대한 투자보다는 당장 잘 팔리는 제품의 유지에만 급급한 것이다. 그 사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경쟁기업은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10년 전(2002년)만 해도 소니의 매출은 삼성전자의 두 배가 훨씬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2011년 기준) 상황이 고스란히 역전됐다. 변화를 외면하고 현실에 안주한 결과는 이렇게 참혹했다.

일본 언론은 소니의 추락을 ‘갈라파고스 증후군’으로 진단했다.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고집하다 세계 시장의 흐름을 놓치고 고립된 결과라는 것이다. 소니와 일본 전자업계의 위기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지구촌 전역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면 누구든 순식간에 몰락의 벼랑으로 내몰린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사사건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갖추기는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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