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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북한 인권 문제엔 입 잠근 희한한 대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부, 무소속 안철수 후보 모두 대북 현안에 너무 인색하다. 전국을 누비며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면서 유독 북한 인권 등엔 언급을 삼가고 있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무시 발언과 정책 여부를 둘러싸고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에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긴 했지만 이는 후보나 정당의 대북 정책이나 정견과는 별개의 문제다.

남북 대치상황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에 입도 뻥긋 않는 대선이라면 그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단순한 정치적 논란거리를 넘어 국제사회, 특히 유엔 차원의 중대한 현안 중의 현안이 바로 북한 인권 문제다. 국내 관련 시민단체들이 박-문-안 세 후보에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과 대선 공약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진작 필요했던 일이다.

이들 단체는 “김정은의 3대 세습을 전후해 북한에서 탈북자 처형, 일가족 수용소 감금 등 김정일 집권 시기에 버금가는 박해와 끔찍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며 “2300만 북한 주민의 인권은 통일ㆍ외교ㆍ안보와 분리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인데 대선후보들은 삼인일색으로 침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각 후보들은 중국의 탈북난민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한 조치, 10만 탈북자 및 500여 국군포로의 생사 확인과 송환 방법,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계획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기 바란다.

지금 국회에는 새누리당이 주도한 북한인권법안이 수개월째 묵고 있다. 통일부에 ‘북한인권자문위’ 설치, 북한 인권과 관련된 실태 조사와 정책 개발을 담당하는 ‘북한인권재단’ 설립 등이 핵심이다. 17대와 18대 국회 모두 야당의 반대로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북한민생법안’ 우선 채택을 고집한다. 식량이나 비료 등을 더 지원하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득이 된다는 입장이다. 극과 극이어서 원만한 국회 처리는 이번에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선에서만큼은 정파 차원에서 있는 그대로 드러내 국민들의 판단과 선택에 응해야 마땅하다. 특히 대북 문제와는 거리가 있었던 안 후보에 대해선 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후보들은 의도적으로 북한 문제를 피해왔다. 좌든 우든 지나친 쏠림은 표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끝까지 애매모호하거나 얼렁뚱땅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후보들의 대북 정책과 철학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란 점에서 유권자들은 각별한 변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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