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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번엔 내장사 대웅전이 몽땅 불탔다
단풍 명소인 전북 정읍 내장산 내장사에 31일 새벽 화재가 발생해 대웅전이 모두 불에 타버렸다. 스님 10여명이 거주하지만 전날 저녁 마지막 예불을 한 뒤 대웅전에서 떨어진 숙소에서 잠을 자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귀중한 문화재에 왜 이리도 화재가 잦은지 그저 참담할 따름이다.

내장사는 전라북도 기념물 63호로, 1300년 전 백제 무왕 37년인 636년에 창건됐으나 1951년 한국전쟁 때 소실돼 1958년 현재의 모습을 갖춘, 말하자면 천년 유서가 깃든 귀중한 문화재다. 그나마 주변 지정문화재들은 불길을 모면했다니 불행 중 다행이다. 화재 원인을 철저하고도 조속히 규명하고, 불교계와 지자체 등 관련기관들은 합심해 원형 그대로의 복원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문화재 수난사는 그야말로 치욕 그 자체다. 대다수가 화재로 인한 소실이며, 그중 상당수가 방화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전쟁통에 불타는 것이야 업보라 치더라도 시도 때도 없이 화마에 시달리는 문화재를 보면 조상 앞에 송구스럽고 후손 면전에 미안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을 방화로 잃어버린 뼈아픈 경험을 잊어선 안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4년 강원도 낙산사 전소로 보물 479호 동종 등 값진 문화재가 소실됐고, 같은 해 치악산 구룡사 대웅전이 불에 탔으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존귀한 사료들이 보관된 현충사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중의 하나인 수원 화성도 화마 앞에 예외가 아니었다. 일일이 열거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숭례문 전소 사건을 계기로 떠들썩하던 문화재 보전 관리체계는 아직도 문제 투성이다. 여전히 화재 사각지대에 노출된 국보 또는 보물급 문화재가 숱하다고 한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국가지정 주요 목조문화재 163점 중 35%가량인 58점이 방염(防炎)처리 되지 않았다. 또 그중 68%는 소방차 출동시간이 5분 이상 소요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국내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국보 15호인 극락전이 있는 경북 안동 봉정사가 그중 가장 안전에 취약하다니 할 말을 잃는다.

문화재청이 서울 중구청과 새로 태어날 숭례문 관리를 놓고 서로 떠넘기기나 하니 문화재가 제대로 보전될 리 없는 것 아닌가. 당장 비치된 소화기부터 일제 점검하고 금연 조치 등을 강화해야 한다. 관리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하면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하고, 화재만이라도 방지할 수 있는 조치들을 이중 삼중으로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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