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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화균> 대선후보 왜 전경련은 안가나
경제단체와 대선후보의 만남은 소통의 장이다. 특히 ‘빅3’ 대선후보가 하나같이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대기업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만큼 그 당사자 대표 단체인 전경련과의 만남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빅3’ 후보의 경제단체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30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조찬강연을 했다. 그는 “기업 개혁에 앞서 정치가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하루 전날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았다. 박 후보는 “우리 중소기업을 힘들게 만드는 불공정, 불합리, 불균형 3불을 깨끗하게 해소해야 한다”며 구애 활동을 벌였다. 중기중앙회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게도 초청장을 보냈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15일 대한상의를 방문했으며, 17일 구로디지털단지를 방문해 경제단체장 및 부회장과 함께 ‘일자리 간담회’를 열었다. 박근혜 후보는 2일에는 무역협회를 찾는다.

대선후보와 경제단체의 만남은 선거철이면 매번 재방송되는 익숙한 영상이다. 사람만 바뀔 뿐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 익숙한 영상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위기의 한가운데에 서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로서는 어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그 당선자가 어떤 경제정책을 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후보자 역시 경제 회생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선후보와 경제단체, 경제인의 만남은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크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다. 대선후보들이 ‘낯을 가리기’ 때문이다. ‘빅3’의 만남 대상은 경제 5단체 중 대한상의, 중기중앙회, 무역협회에 한정돼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아직은 만남의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는 단체의 성격 때문일 것이다. 대선후보들이 가장 선호하는 경제단체는 대한상의다. 대한상의는 전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회원사다. 한 번에 대ㆍ중소기업 양쪽과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기업들로서도 대한상의를 통해 목소리른 내는 것을 선호한다. 다음은 중기중앙회와 무역협회다. 중소기업은 ‘상생’의 대표 단체다. 무역협회는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수출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우리 경제에서는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

문제는 전경련과 경총이다. 전경련은 대기업의 대표 단체다. 전경련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을 간담회 등에 초청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현재 빅3 대선캠프 쪽에서는 전경련과의 만남을 추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 역시 ‘요청한 바도 없고, 요청받은 적도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전경련 한 관계자는 “간담회를 하자고 요청해도 오겠냐”고 반문했다. 양대 노총과 대척점에 선 경총 역시 대선주자 간담회는 예정된 것이 없다. 대선후보들이 ‘반쪽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단체와 대선후보의 만남은 소통의 장이다. 대선후보는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다. 기업들은 애로사항을 건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특히 ‘빅3’ 대선후보가 하나같이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대기업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만큼 그 당사자 대표 단체인 전경련과의 만남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경련과 대선주자는 여전히 소통을 겁내고(?) 있고, ‘불통’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화두 속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선후보들과 재계. 대선을 앞두고 관례를 깬 ‘통큰 만남’을 기대하는 것은 필자의 과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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