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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軍의 무소신이 자초한 패트리엇 논란
군 당국의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 도입 논란을 지켜보면 불안과 분노가 함께 치민다. 한심한 미래 수요예측, 불안한 영공 방위 시스템, 정치권의 거센 입김, 그에 따른 군 당국의 오락가락 판단 등 우리 군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노크 귀순’ 사건으로 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차제에 드러난 문제점과 관련 책임자의 엄중한 문책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 위협이 점증하자 우리 군은 차기유도무기(SAM-X) 도입 사업 추진을 결정했다. 10년 전인 2003년의 일이다. 당시 군은 유도무기로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이 뛰어난 PAC-3를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어차피 돈을 들여야 했다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당초 판단대로 추진했으면 아무 탈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나서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이들은 PAC-3 도입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하려는 의도라며 강력히 반발하는 바람에 결정이 계속 미뤄졌다고 한다. 정치권 눈치를 보던 군은 결국 2007년 1조원을 들여 독일에서 중고 패트리엇(PAC-2) 미사일을 도입키로 최종 결정했다.

문제는 PAC-2의 대공 방어 능력이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미사일을 잡는 미사일로 정확한 요격률이 생명이다. 그러나 PAC-2는 탄도탄 요격 성공률이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북한이 쏜 미사일을 중간에 떨어뜨리려면 명중률이 적어도 70% 이상 돼야 하는데 그 절반밖에 안 되는 것이다. 미사일이 아닌 항공기 요격용 정도의 성능인 셈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PAC-2 도입을 검토할 때 군 내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충분히 제기됐다는 점이다. 공군의 한 보고서에서는 PAC-2로는 북한의 스커드미사일 공격에 대처하기가 어렵다며 PAC-3로 성능을 개량해야 한다고 명확히 적시했다. 그리고 당시 국회에도 보고됐다. 하지만 정치적 판단이 개입한 결정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리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북한의 미사일 성능은 더 개선됐다고 한다. 만에 하나 엉뚱한 생각을 한다면 우리는 꼼짝없이 당할 판이다. 신형 PAC-3 도입은 불가피하고, 하루라도 속히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교훈을 군 당국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국방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는 군 당국이다. 정치적 상황에 흔들림 없는 소신 있는 군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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