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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독자기술 중요성 일깨운 나로호 교훈
우리의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의 세 번째 발사 도전이 마지막 준비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발사체의 연결 부분에 있는 헬륨가스 밀봉 마개의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이번 발사준비는 그동안의 1차, 2차 때보다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돼 성공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작지 않다. 발견된 결함이 기술적으로 심각한 게 아닌 데다 추가 점검과 원인 분석을 거쳐 내달 중순께는 다시 발사가 가능하다고 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나로호의 거듭된 발사 실패와 연기는 항공우주기술 개발 과정이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사소한 고무마개 하나 때문에 발사가 중단되고 정밀 점검을 받아야 하는 만큼 거미줄같이 얽힌 모든 계기와 배선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의 2차 발사에서 나로호가 137초 만에 지상국과의 통신이 끊기면서 공중에서 폭발했던 사례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나로호 계획은 성공 여부를 떠나 처음부터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술이전을 원천적으로 금지한 러시아와의 우주기술보호협정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 협정으로 우리는 러시아의 발사체 기술을 전수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고가 나더라도 일절 관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우리 기술진은 나로호 1단 로켓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조차 없으며 이륙 후에도 비행 운용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외에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 사정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연결부위에서 발견된 결함의 근본적인 원인이 로켓에서 연유했다 하더라도 우리 연구진은 뒷전에서 구경만 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이번 로켓은 러시아 기술진이 마지막 발사를 위해 의욕적으로 새로 제작해온 것인데도 예상치 못한 결함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여간 찜찜하지 않다. 현재 러시아가 열중하고 있는 차세대 앙가라 로켓엔진의 시제품 개발 단계에 나로호 로켓 기술이 이용됐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려온다.

정부는 나로호 계획이 끝나는 대로 한국형발사체(KSLV-Ⅱ) 개발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한다. 2021년 발사를 목표로 하는 KSLV-Ⅱ는 3단형 우주발사체로서 순수한 국내 기술로만 개발하도록 계획돼 있다. 이를 성사시키려면 다른 나라에 기웃거리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축적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거듭된 나로호 발사의 실패 및 연기 사태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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