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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정덕상> 관람시간 종료…박물관에서 좀 나올래?
미래 5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을 뽑는 건지, 과거사진상규명위원장을 선발하는 건지 헷갈린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박물관을 헤매고 있는 동안, 박정희ㆍ노무현의 유령만 보인다.


미래 5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을 뽑는 건지, 과거사진상규명위원장을 선발하는 건지 헷갈린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박물관을 헤매고 있는 동안, 박정희ㆍ노무현의 유령만 보인다.

지칠 만도 한데, 무슨 정력제를 먹었는가. 정치권은 딱 두 가지를 놓고 죽기살기로 싸운다. 부일장학회의 후신인 정수장학회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관련성,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설이다. 여야는 이런 게 대선을 가를 태풍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큰 착각이다. 아무리 태풍이 불어도 바다의 원래 높이는 변하지 않는다. 당락에 영향을 줄 유권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인식에서 보여주듯 사적(私的) 역사관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유신 부활’이라는 야권의 함정에 스스로 걸려들었다. “5ㆍ16, 유신, 인혁당 사건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과는 물거품이 됐다. 새누리당 내의 평가다.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박 후보는 보수단체 행사를 찾아다니며 연일 NLL만 강조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10ㆍ4 남북정상선언을 승계하겠다고 서둘렀다가 덜커덩 NLL 지뢰밭을 터뜨렸다. 10·4 남북정상선언의 핵심적 합의 사안은 제5항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다. 이 조항은 북한 선박들이 NLL을 넘나들게 함으로써 ‘해상경계선’의 지위를 약화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16%에 불과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23%쯤 된다. 준비 없이 ‘정권교체’ 달랑 들고 나왔으니 ‘노무현 시즌2’의 프레임에 역시 걸려들었다.

큰 선거에서 프레임은 자신에겐 유리하고 상대에겐 불리한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상대방이 희망대로 쳐놓은 함정에 걸려들었으니 NLL 논란과 정수장학회는 앞으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게 됐다. 과거 전쟁 , 미래 실종 대선이다. 박 전 대통령의 친일 논란에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까지 꺼내들 태세다. 밤마다 마야인, 로마의 글래디에이터, 카우보이들이 살아나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하는 영화 ‘박물관은 살아 있다’의 장면이다. 이럴 바에야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내준 해답 없는 숙제라도 하는 게 낫겠다. 국회의원 100명 감원, 정당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 뭘 모르는 소리다. 현실성도 없다.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실내에서 수영하면 바다에서도 수영할 수 있다”는 안 후보의 말처럼 공허하다는 것을. 그런데 “속 시원하다”고 한다. 돌아가는 판이 오죽 답답했으면.

이번 대선은 총선 때 참여하지 않은 580만명 정도가 당락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때 투표율 54.3%와 이번 대선의 예상투표율(전문가 예상 68%)을 감안했을 때 나오는 수치다. 부동층으로 불리는 이들은 중도 진보에 가깝고, 박정희ㆍ노무현 관람 다 끝냈다. 일자리, 재정과 복지, 양극화 해결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벌어진 미국 대선후보들의 TV토론을 보면서 군침 흘리는 사람들이다. 미래를, 차별화한 정책을 설명하기에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24시간 365일 문을 여는 박물관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박물관에서 그만 퇴장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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