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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상대후보 흠집내기만 하다 끝난 국감
19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24일 모든 일정을 마쳤다. 이번 국감은 당초 우려한 것처럼 국정(國政)은 간데없고 파행과 정치공방만 난무한 실망스럽고 부실한 국감이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열리다 보니 여야가 후보들에 대한 검증 힘겨루기로 일관한 탓이다.

늘어나는 묻지마 범죄와 치안 확보, 청년실업과 일자리 문제, 깡통 아파트로 대변되는 부동산 문제와 가계부채, 경제위기 대책 등 당장의 민생 현안만 꼽아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러나 한시가 급한데도 민생 현안은 국감 현장에서 대부분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를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논란과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들로 채워졌다. 국감을 모니터한 시민단체가 ‘역대 최악’이라고 혀를 내두르며 ‘D’ 등급을 매긴 것은 당연한 평가다.

올 국감은 시작 전부터 정략적인 증인 채택을 둘러싼 신경전 등 ‘낙제점 국감’을 예고했다. 실제 국감에 들어와서도 시종 삐걱거렸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정수장학회 이사장 출석 문제로 초반부터 파행, ‘5년 연속 파행’이란 진기록을 세웠다. 문화관광위원회도 같은 문제로 1주일 이상 제대로 열리지 못한 채 시간만 까먹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야당 후보 아들 특별채용 의혹 공방으로 정책 감사는 일찌감치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압권은 아무래도 법제사법위원회 몫인 듯하다. 법무부 감사에선 민주당 의원이 장관에게 정수장학회 재판 결과가 적절했는지 묻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또 대검찰청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문재인 후보가 민정수석 당시 챙긴 수임료를 수사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러고도 여야 의원들은 국감이 끝난 뒤 피감기관 간부들과 폭탄주로 뒤풀이를 했다니 차라리 배지를 떼라고 권하고 싶다.

행정부와 산하 기관이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예산을 엉뚱한 곳에 쓴 건 아닌지 등을 꼼꼼히 묻고 따지는 게 국정감사다. 이는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 고유 기능이다. 이런 기본적인 기능을 소홀히 여긴다면 국회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국감이 끝나기 무섭게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물론 정치권은 당장의 선거 승리가 무엇보다 절실할 것이다. 그러나 국감장에서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면 그 표가 자신들에게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국감의 본질을 훼손했다며 줄 표도 거둬갈 것이다. 국민들은 어느 정치세력이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눈여겨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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