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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徐총장 물러나도 개혁은 계속돼야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내년 3월께 자진 사퇴키로 했다. 이로써 1년 넘게 끌어온 KAIST 학내 분규는 일단락된 셈이다. 서 총장의 사퇴는 그가 추진해온 KAIST 개혁의 좌초를 의미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그의 진퇴와 관계없이 KAIST의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KAIST의 개혁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KAIST가 개혁을 해야 할 이유는 명백하다. KAIST는 한국을 이끌어갈 자연과학계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 1971년 설립됐다. 전국의 1% 이내 영재들을 모아 등록금은 물론 숙식 제공 등 최고의 대우를 해줬고, 비용을 부담하는 국민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의 국력과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에 근접하는데 KAIST의 경쟁력은 세계 100대 대학에도 들어가기 버거울 정도였다.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개혁을 시작했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석좌교수였던 서 총장을 영입했다. 학맥과 인맥으로 얽히고 설킨 국내 인사로는 과감한 개혁을 추진키 어렵다고 본 것이다.

2006년 부임한 서 총장은 “KAIST를 세계 최고 대학으로 만들겠다”며 개혁에 착수했다. 개혁의 핵심은 학생과 교수 사회를 경쟁을 통해 변화시키는 것이다. 차별적으로 등록금을 매기는 징벌적 등록금제가 실시되고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됐다. 관습적으로 당연시했던 교수들의 정년 보장도 심사를 통해 강화했다. 실제 40여명의 교수들이 심사에 탈락해 학교를 떠나야 했다. 이 같은 ‘서남표식 개혁’은 국민들의 호응 속에 가시적 성과로 이어졌다. KAIST의 세계 대학 순위가 수직 상승했으며, 이를 격려하는 기부금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즈음 개혁 피로도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태로 번졌다. 철밥통을 지키기 위한 교수들의 반발은 한국을 떠난지 오래된 서 총장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여론에 밀려 징벌적 등록금제는 원상복귀됐고, 영어 강의 수도 줄어들었다. 개혁은 벽을 넘지 못하고 칼날은 무뎌진 것이다.

서 총장을 반대하는 세력은 그의 개혁이 소통 없는 일방통행식이라고 비난한다. 물론 그런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좋아하고 만족하는 개혁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혁은 고통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서 총장의 개혁은 물 건너갔지만 KAIST의 개혁은 완성돼야 한다. 다음 총장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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