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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화균> 코스트코 파동의 교훈
감정적 접근은 접고, 이성을 토대로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을 함께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 입증되면 단추를 다시 끼워야 한다.



휴일 영업 강행을 둘러싼 서울시와 코스트코 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서울시가 코스트코의 휴일 영업 강행에 행정력을 동원해 제재를 가하자, 코스트코는 서울시내 3개 구청장을 상대로 소송전에 나섰다.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것은 무효이며, 이에 따라 집행이 정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코스트코 파동의 출발점은 휴일 및 심야 영업을 규제하는 자치단체의 조례다. 각 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 대형마트 휴일 영업을 제한하자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소송을 냈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전국 130여개 자치구에 소송을 내 대부분 승소했고 정상영업을 재개했다.

문제는 코스트코다. 이 업체는 이마트 등이 벌인 소송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이마트 등은 승소를 통해 영업을 재개했지만, 코스트코는 계속 영업제한 조례의 적용을 받게 됐다. 코스트코는 결국 ‘형평성’을 문제 삼아 휴일 영업을 강행했고, 서울시와 마찰을 빚었다.

서울시와 코스트코의 영업제한 전쟁에는 양비론적 시각이 많다.

코스트코의 휴일 영업 강행은 미국계 유통업체의 ‘배짱 영업’이라는 표현이 적확하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채, 경쟁업체들이 승소했다고 그 과실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횡포다. 국내 법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경쟁사들처럼 정해진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

서울시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시는 휴일 영업에 나선 코스트코 매장을 샅샅이 뒤졌다. 물론 공권력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 그렇다고 보복성 의혹을 살 수 있는 행정력 집행은 남용과 다를 바 없다.

코스트코 파동은 대형마트 영업 규제 정책에 대한 보다 정밀한 검토와 수정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의 정책 목표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살리기’다. 유통 블랙홀인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 규제를 통해 동네 가게들에게 생존의 숨통이라도 터주자는 취지다.

그러나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분분하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영업 규제에 따라 휴일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표상으로 나타난 효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영업 규제에 따라 대형마트 협력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고, 대형마트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반론도 나온다. 대형마트 규제 속에 온라인 쇼핑 등 무점포 업체와 편의점만 급성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아파트단지에 자본력을 갖춘 프랜차이즈형 중형마트가 늘고 있는 것도 규제의 효과가 다른 쪽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소비자 불편도 이제는 고려해야 한다. 우리 소비자는 골목상권이 살아난다면 영업시간 규제라는 불편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아량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업 규제의 효과조차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를 계속 강행한다면 소비자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영업 규제를 전면 해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대형마트가 동네 가게를 다 죽인다’는 감정적 접근은 접고, 이성을 토대로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을 함께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첫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 입증되면 단추를 다시 끼워야 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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