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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수장학회 해법 박 후보가 제시해야
정수장학회가 소유한 언론사 지분 매각 추진 파문이 연일 확산일로다. 여기에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문화방송 간부 사이에 사적으로 오고 간 대화 내용이 일부 언론에 공개되면서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나와 관계가 없고, 상관할 일도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야권은 공세의 고삐를 더 조이는 모습이다. 민주당 소속 국회 문화체육관광통신위원회 위원들이 정수장학회를 항의 방문하는가 하면 문재인 후보까지 나서 ‘납득할 수 없다’며 정치 쟁점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무리 대선 정국이라지만 이 문제에 대한 접근이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먼저 민주당과 야권이 ‘박정희 정권이 강탈한 장물을 딸이 팔려고 한다’며 박 후보를 몰아세우는 것부터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법적인 문제로 자산의 매각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박 후보를 직접 증인으로 채택해 청문회에 세우자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 공세의 전형이다. 과거를 끌어들여 ‘독재자의 딸’이란 프레임에 가두어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꼼수가 훤히 드러난다.

따지고 보면 정수장학회는 엄연한 공익재단이며 특정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야권은 박 후보가 이사장 재직 시 많은 보수를 받았고, 수혜자도 대구ㆍ경북 지역 학생들에게 집중되는 등 ‘사유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지엽적이고 본질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와 곽노현 교육감 재직 당시 정수장학회를 샅샅이 감사했지만 위법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장학회 재산을 어떻게 운용하든 정치권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후보 역시 언제까지 ‘모르쇠’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박 후보 자신이 10년간 이사장을 지냈고, 그 전후로도 이른바 ‘박정희 인맥’이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법적으로 관계가 없다지만 도의적으로 정수장학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확실히 매조지해야 할 사람은 결국 박 후보밖에는 없다. 지금이라도 객관적이고 정치 중립적인 인사에게 운영권을 넘기고 현 이사진은 모두 물러나도록 박 후보가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 박 후보가 완전히 손을 뗐다고 인정할 것이고, 정치적 시빗거리도 생기지 않는다. 여기서 털어내지 못하고 더 머뭇거리다가는 인혁당 파문처럼 문제를 확대시킬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 등 주변에서도 박 후보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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