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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글날에 돌아보는 한글의 현주소
9일로 566돌을 맞은 한글날 기념행사가 다채롭다. 세종문화회관과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화문 일대에는 ‘한글누리 어울림 마당’이, 인근 경복궁에서는 ‘톡톡 한글, 누림세상’이라는 특별기획전이 문을 열었다. 한글학회의 ‘조선어학회 수난 70돌 기념학술대회’도 예정돼 있다. 정부가 5일부터 11일까지 한글주간을 설정한 것이 큰 보탬이 됐다고 한다.

올해 한글날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갈수록 한글의 국제 위상이 놀라울 정도로 변모하는 때문일 것이다.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은 새삼 거론할 것도 없이 모바일 시대와의 절묘한 조화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기본 자ㆍ모음에 별도의 자동변환방식이 필요 없이 간단하게 획만 추가하면 모든 글자나 문구를 소화해낼 수 있다. 일본어에 비하면 28배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런 편리함은 카톡을 통해 하루 3억 통의 메시지로 소통을 주도한다. 한글의 미학은 다양한 고부가가치 디자인 산업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 중심에는 한류가 있다. 특히 K-팝 열기는 우리말의 세계화를 선도한다. 싸이를 비롯한 스타들의 해외 공연장에는 우리말 가사를 목청껏 열창하고 “오빠” “사랑해” 등 우리말 구호와 피켓을 들고 몸부림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싸이 열풍은 경이롭다. 50개국에서 한국 유학 밀물이 거세고 지구촌 곳곳에서 제2외국어로 한글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외대 한국어문화교육원에는 중ㆍ일ㆍ유럽 유학생 2000명이 수강 중이며 태국에선 60개 고교에서 한국어 강좌를 개설 중이다.

최근에는 솔로몬제도가 고유어를 교육할 문자로 한글을 선택했다고 한다. 반면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한 ‘세종학당’은 운영기관인 경북대가 재정난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고 한다.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정부가 나서서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조속히 다시 문을 열기 바란다. 이는 국가 차원의 신용 문제다.

한글 정화운동도 시급하다. 정작 안에서는 은어ㆍ비속어ㆍ욕설로 시퍼렇게 멍들고 있는 한글이다. 공영방송이 드라마 제목으로 ‘차칸남자’라는 표기를 써 물의를 빚으니 정체불명의 언어를 쓰는 청소년들만 나무랄 수 없다. 한글 가치 확산 사업은 국익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우선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 강사 파견 요청이 봇물을 이룬다고 한다. 예산을 특별히 키우는 것이 옳다.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한글날 공휴일 지정 문제도 더 미룰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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