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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장기불황에 기업은 줄도산한다는데
기업 경영 흐름이 갈수록 심상찮다. 곧 닥칠지 모를 자금 압박에 대비, 알짜 자산이나 지분을 내다파는 기업들이 줄을 잇는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557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감량 또는 비상 경영에 들어간 업체가 30%, 6개월 안에 그렇게 할 것이라는 업체가 32%였다고 한다. 3분의 2에 가까운 기업들이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셈이다.

승승장구하다 법정관리에 처한 웅진그룹 사태가 비단 개별기업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파산을 신청한 기업이 163개에 이른다. 이런 추세라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 기록 193개를 갈아치우는 것은 시간문제다. 외환위기에 금융위기까지 다 겪어봤지만 이번처럼 서서히 파고들어 숨통을 죄는 불황은 처음이어서 해법조차 마땅찮다는 것이 경영 일선의 한목소리다. 1990년대 초반 이후 20년째 이어지는 일본식 장기불황이 남의 얘기가 아닌 것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2018년까지는 글로벌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거대 수출시장인 유럽과 미국의 경기침체 장기화로 중국마저 수출과 내수가 바닥을 헤매면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 7.5%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른바 ‘차이나 쇼크’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입장에선 중국의 성장둔화는 치명타가 된다. 우리의 대중 수출의존도는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넘볼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미 우리 경제에는 적신호가 숱하다. 경제회복력도 확연하게 둔화되고 있다. 과거 외환위기 이후 10% 이상 질주하던 성장은 다시 금융위기로 인해 최근 4년 평균 3.1%로 주저앉았다. 올해는 3%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려됐던 가계신용위험은 결국 2003년 카드대란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 부실은 소비 급랭을 불러 결국 기업신용위험으로 직결된다. 대기업 연체액도 지난 8월 말 기준 1조7000억원으로 전달보다 42% 급증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지극히 우호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가시질 않는 이유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주기로 찾아든 위기 앞에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선심성 복지정책 남발로 재정건전성이 훼손되는 등 경제 운용에 집중력을 잃게 되면 출구조차 찾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경제 체질 개선이 시급한데 성장동력이 고갈되는 것이 당장 문제다. 어려울수록 기업들이 경쟁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9대 국회 들어 첫 국정감사에 임하는 정치권이 명심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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