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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선 분수령 추석, 뭘 가지고 판단하나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한 대선후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연일 재래시장과 서민 생활현장을 누비며 바닥 지지세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지역 기반 확산을 위해 호남으로 영남으로 분초를 쪼개 뛰고 있다. 또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문재인 민주당 후보 진영에 합류하는가 하면, 진보 성향 인사들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원하는 등 안으로는 이념과 진영을 뛰어넘는 국민통합형 인재 영입 경쟁이 뜨겁다.

각 후보 행보에 부쩍 속도가 붙은 것은 추석 연휴가 연말 대선의 승패를 가를 중대한 변곡점이자 1차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 80여일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 기간 중 형성된 민심의 흐름이 대선까지 흘러갈 공산은 크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역대 대선전에서 세대와 지역, 계층이 뒤섞이고 버무려지며 조성된 추석 민심은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더욱이 올 선거는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후보가 호각세를 보여 추석에 임하는 각 진영의 전의가 한결 비장하다. 게다가 단일화 여부가 관심인 문재인ㆍ안철수 후보는 이번 추석이 주도권 다툼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어 마음이 더 바쁘다. 정체된 지지율을 회복하려는 박근혜 후보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추석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나눌 이야깃거리는 많지 않다. 화해와 단결, 혁신과 변화를 말하지만 딱 손에 잡히는 게 없다.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그만큼 없다는 것이다. 가령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 일촉즉발의 위기감으로 동북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데도 세 후보 누구도 언급이 없다. 추석을 앞두고 임금 체불로 차례상은 고사하고 하루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근로자의 하소연이 봇물이나 역시 한마디 말이 없다. 늘어나는 청년실업,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주택 경기, 치솟는 물가와 불안한 서민 경제 등 생활과 밀접한 현안에 대한 해법도 구체성이 없다.

후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누구와 함께 국정을 꾸려나갈지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특히 정당 조직이 없는 안 후보는 자신의 국정운영 철학과 방안이 어떤 것인지 말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말로만 정치를 혁신하고 정책 선거를 할 수는 없다. 쏟아지는 검증에도 성실히 답해 자신의 내면을 가감없이 공개해야 한다. 정당에 속한 박ㆍ문 후보도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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