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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균형재정 강조한 예산안, 포퓰리즘이 문제
정부는 25일 국무회의를 열고 342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올해보다 17조원(5.3%)가량 늘어난 것으로 균형재정 기조 범위 내에서 지출을 최대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재정융자를 이차(利差)보전 방식으로 돌려 2%포인트 이상 효과를 높인 것이 눈에 띈다. 성장률이 내년에 다소 회복되더라도 3%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나라 곳간을 지키면서 경기에는 대응해야 하는 현실 절충에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복지 수요 충족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97조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한 것도 주목된다.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가 눈앞에 바짝 다가온 것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짜면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일자리라고 밝혔다. 당연하고 바람직한 방향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최고의 복지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계층별로 적합한 일자리를 지원하고 취업 성공 패키지 도입 등 일자리 안전망 확충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키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 해소의 첩경은 양질의 일자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 창업과 고졸 취업 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키로 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 주도 일자리는 당장의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연속성이 없어 궁극적 서민경제 회생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의 협조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고용과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회성 고용지원보다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치고 재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더 세밀히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복지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재원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라야 한다. 정부는 내년에는 균형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2014년 이후부터 흑자규모를 확대하면서 국가채무비율도 2015년에는 30% 이내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곳간 관리에 결코 소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재정불안에서 야기된 유럽의 경제위기가 강 건너 불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정위기를 겪는 국가들이 수십년에 걸쳐 경제 운용을 잘 못한 게 아니라 불과 5, 6년 만에 무너진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국민의 혈세가 한푼이라도 낭비되지 않도록 꼼꼼히 심의하고 법정 처리 시한을 꼭 준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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