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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대우> 반성 없는 역사인식이 日 우경화 주범
일본은 과거의 역사마저 재단하고 기억하기 싫은 것은 지워버리는 집단기억상실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의 미래는 없다.


“일본은 침략전쟁을 일으켰다가 패전했다는 사실을 너무 잊은 채 살고 있다. 그걸 잊어버린 일본이 이상하다는 게 내 역사 인식이다. ” ‘

오겡키데스카(잘 지내나요)?’라는 대사로 국내에 잘 알려진 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이와이 슌지 감독이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한ㆍ중ㆍ일 3국의 영토분쟁이 첨예한 가운데 나온 이 발언이 화제가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일본인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대다수 일본인들의 역사 인식은 어떤 것일까. 재일조선인 2세인 도쿄게이자이대학 서경식 교수의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이란 책에 그 일단이 나와 있다. 일본 우파들 교육지침에 따라 교육받은 일본인들은 일본을 제국주의와 전쟁 가해국이 아니라 오히려 그 피해국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일본의 전쟁범죄를 인정하는 사람들도 상당수가 일부 극단적 군국주의자들 때문에 중국 본토 침략과 진주만 기습 및 미국과의 전쟁으로 치달은 우를 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전 만주침략과 러일전쟁, 조선 식민지배, 청일전쟁, 을사늑약, 을미사변, 서구 열강들과의 의화단 사태 개입 등은 그들의 전범 리스트에서 배제돼 있다.

일본은 1965년 한ㆍ일 국교정상화 때 식민지배가 한국엔 근대화를 가져다준 선물이었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배상금이 아니라 경제협력자금, 독립축하금 명목으로 유무상 5억달러를 건네면서 식민지 시절 착취한 한국 내 일본 자산 환수 포기를 마치 시혜인 양 거들먹거렸다. 한국의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나 뉴라이트들마저 여기에 동조하는 판국이니 일본인들은 오죽하겠는가. 결국 일본은 합병과 식민지배를 잘못이라 인정하지 않았다. 독도 문제나 일본군 성노예 문제도 “위안부(성노예)를 동원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어디 내놔 봐!” 하는 식이다. 우익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은 물론이고 아베 전 총리나 노다 현 총리, 겐바 외상 등의 최근 발언 모두 이런 몰지각한 역사 인식이 빚은 결과다. 얼마 전 런던올림픽에서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 문양을 국가대표 체조팀의 유니폼에 버젓이 사용한 일본이다. 전쟁과 만행의 상징인 전범기를 흔들어대고 선수들 유니폼으로 만들어 입히는 데 하등의 거리낌도 없다.

최근 일본의 급속한 우경화의 근저에는 이 같은 반성 없는 과거사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과거의 역사마저 재단하고 지워버리는 집단기억상실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의 미래는 없다. 일본 극우의 준동은 쇠락하는 일본의 현 상황에 대한 초조감의 표현이라는 일각의 지적이 있다. 그럴수록 더 극우화하고 국제사회에서 더 왕따가 되어 몰락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문득, 박정희 시대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우리 현실이 오버랩된다. 대법원 최종판결까지 나왔는데, 일국의 대통령을 하겠다는 유력 대선주자가 두 가지 주장이 있다고 하고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고 한다. 그러다가 지지도가 떨어지니까 며칠 만에 말을 바꾼다. 도무지 진정성이 없다. 역사적 사실에 대해 공이나 과를 부정하면 역사의 반쪽밖에 못 본다. 그런데도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는 이들은 과연 역사로부터 교훈을 배우려는 자세가 있는지, 그럴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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