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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정장선> 국민을 절망케 하는 선거
후보선출 과정 계파다툼 과열
정책 실종·네거티브 공방 뿐…
구태답습 선거이후가 더 걱정
미래·혁신을 두고 경쟁해야


요즘 선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많은 부작용이 있었지만 선거를 통해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고, 그것이 발전과 변화의 동력이 되어 왔다고 여겨왔다. 다시 말해 선거는 바로 미래이고 변화이며 개혁이었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어도 눈을 감아왔고 앞으로 나아지겠지 기대해왔다. 그러나 작금의 선거는 이런 국민의 기대와 열망과는 멀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거의 본질적인 기능마저 상실해가고 있다.

지난 4.11 총선을 보면 분명해진다. 국민의 삶은 정말 어렵고 국제 정세는 시시각각 변하는데 국민의 대표를 뽑는 총선은 여전히 지역구도에 머물렀고 막말 파문과 논문 표절 시비, 종북 논쟁에 휩싸여 정책은 오간데 없이 실종됐다. 지금도 공천헌금,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 온갖 비리문제로 시끄럽다. 후진적 선거행태를 오는 12월 대선은 어떻게 치뤄지고, 또 그 후는 어찌 될까 많은 걱정을 했는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의 대선을 보면 첫째, 저급한 싸움만 있었을 뿐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후보 선출 대회를 보면 정책은 실종되고 친박(親朴)과 비박(非朴), 친노(親盧)와 비노(非盧) 논쟁으로 시작하고 끝났다. 야유와 고함이 판을 쳤을 뿐이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동북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토분쟁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한 논쟁은 사라졌다. 그리고 어떤 후보가 룸살롱을 갔니 안 갔니, 불출마 협박했느니 안했느니 등 저급한 네거티브 공방만 이어졌을 뿐이다. 국민이 어찌 절망하지 않을 수 있는가?

둘째, 미래가 없다.

어느 시대 어느 선거든 보수와 진보, 미래와 과거, 성장과 분배의 논쟁은 당연히 있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은 어떠한 형태로든 극복돼 미래로 나아가는 동력이 돼야 하나 송호근 교수가 말하듯 우리는 내파(內破)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극한적인 싸움으로 내상이 너무 커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불확실성과 불안감이다.

이제 우리 선거가 90일 정도 남았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확정되었고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3자구도가 현실화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자욱한 안개는 걷히지 않고 있다. 야당의 단일화는 언제, 어떻게 되는 것인지 불확실하다.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반드시 해야한다. 그러나 네거티브가 선거의 전부가 될 때 상처를 크게 남긴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은 선거 후를 걱정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 나라는 전진을 못하고 인혁당사건에서 보듯이 과거 논쟁에 줄곧 머무르는 것은 아닌지, 그의 소통 못하는 성격이 얼마나 개선될지 우려한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는 대통령 비서실장 외에는 그의 정치철학이 알려지지 않은 데다 소위 주변 친노인사들과의 관계는 어찌 되는지 걱정한다. 안철수 원장은 출마과정에서 보여주듯이 지나친 장고(長考)스타일과 국정운영 경험과 정치권 지지세력 부재에 대해 우려한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박 후보는 과거를 명쾌히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소통해야 한다.

문과 안 두 후보는 정치 초년생이면서 대통령 후보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초년생은 미숙할수도 있지만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다. 세 후보는 지금까지 보여온 모습에서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국민 앞에 미래와 혁신을 가지고 경쟁해야 한다. 정치가 국민에게서 빼앗아 간 희망을 돌려줘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의 소중한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 긴박한 시기에 역사를 퇴행시키고 국운 상승의 기회를 막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헤럴드경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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