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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황해창> 性범죄와의 전쟁, 대통령이 나서야
장차 예산을 크게 늘려 경찰인력을 증강하되 당장은 자발적 시민 중심의 대통령 직속‘ 국민특별단속반’을 전역에 조직, 단속권한을 부여… 불법 음란동영상 특히 아동물, 추악한 몰카 잡동사니 등의 출처와 유통망을 샅샅이 뒤져 일망타진해야


“제 아내는 자신의 희생으로 뱃속의 아이와 큰아이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끝까지 제 아내를 사랑할 것을 맹세….”

인천 ‘만삭 임신부 성폭행’ 피해자 남편의 눈물 사연이 6일 이후 인터넷을 떠돌며 심금을 울린다. 그는 자신을 큰 죄인이라 했다. 아내를 지켜주지 못했기에. 그리고 가난으로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데리고 사는 처지였기에 더 큰 죄책감이 든다고.

대체 무슨 일인가. 집에서 낮잠을 자던 만삭의 20대 주부 K 씨가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은 지난달 중순. 임신했다며 살려달라는 애원도 소용 없었다. 바로 옆에서 잠든 세 살배기 아들이 깨면 해코지당할 것이 분명해 소리 한 번 못 질렀다. 짐승만도 못한 범인은 성폭행 전력이 있는 전과 6범, 50m 거리의 이웃 남자였다.

따져보자. 안양 정성현 80m. 안산 조두순 700m. 부산 김길태 300m. 영등포 김수철 420m. 통영 김점덕 250m. 나주 고종석 80m. 그리고 인천 50m. 2007년 이후 세상을 들끓게 한 잔혹 성폭행범들의 소굴은 역겹게도 하나같이 코앞과 턱밑이었다. 묻지마 범죄도 문제지만 더 분한 것은 성범죄자들의 70%가 이웃이라는 사실이다. 옆구리를 의심해야만 사는 변종 스트레스는 성범죄 ‘알림e 사이트(www.sexoffender.go.kr)’를 밤낮 달군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책은 수준 이하다. 우선 화학적 거세를 보자. 당국회의에 당정협의까지 하고도 머뭇대다 고작 ‘19세 이하 성범죄로 확대’에 그쳤다. 이제는 성범죄자들이 성년, 미성년 따져 덤비게 생겼다. 보호받아야 할 성과 그 반대의 성이라도 있다는 건가. 성범죄자 신상 우편고지제도 그렇다. 미성년자 자녀를 둔 가정만을 대상으로 하면 과년한 딸들과 아내들, 독신녀들은 먹통이어도 괜찮다는 건지. 저 인천 만삭 임신부 사건은 오로지 그 가족의 업보일 뿐일까.

범인 얼굴 공개도 엿가락이다. 수원 토막살해범 오원춘은 몽땅 드러내고 나주의 고는 철저히 가렸다. 공개수배자도 포박만 하면 덮어씌우는 연유는 또 뭔가. 지방경찰청마다 판단이 다른 것이 이유라면 범죄자들이 비웃듯 설칠 만도 하다. 이번엔 잡지 못한 성범죄자들이 9000명이라니. 툭 던져놓고선 알아서 하라는 식인지. 여기에 법적 미비로 전자발찌를 차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성범죄 전과자 2000명을 합치면 예삿일이 아니다.

물론 성범죄를 원천적으로 뿌리 뽑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상ㆍ하수도 절대 공존 원리, 1급수가 있다면 중하급수와 시궁창도 있는 법이다. 지금 뭔가가 어긋난 채 뒤틀린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가하게 이론에 집착할 겨를이 없다. 장차 경찰인력을 증강하되 당장은 자발적 시민 중심의 대통령 직속 ‘국민특별단속반’을 전역에 조직, 단속권한을 부여하라는 것이다. 지형지물에 익숙해 음습한 PC방 등 범죄 서식지 단속과 감시에 누구보다 능하다. 가능하면 시끄럽게 불법 음란동영상 특히 아동물, 추악한 몰카 잡동사니 등의 출처와 유통망을 샅샅이 뒤져 일망타진하는 것이 급하다. 몇 개월 남은 임기, 통치 차원의 결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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