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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아웃 공포에 가슴 졸인 여름..올 겨울은?
[헤럴드경제=박승윤 기자]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게 어느덧 가을 문턱이다. 올여름은 무더위라는 단어가 한가롭게 들려 폭염이라는 표현을 주로 쓸 정도로 뜨거웠다. 그래서 시원한 공기가 반갑다. 가을을 누구보다 반기는 곳은 전력당국일 게다.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력 수급을 맞추기 위해 여름 내내 비상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가 발생했던 게 9월 15일이니 아직도 긴장의 끈은 풀지 않고 있으리라.

지난해 9월의 예고 없는 순환정전은 늦더위에 따른 냉방전력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일시적 요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었다. 700만이 넘는 가구에 전기가 끊기고 500여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대혼란을 겪었지만 지식경제부 장관이 경질되고 관련자 17명이 문책당하는 선에서 단발성 사고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올여름에 전력예비율이 수차례나 위험 수위까지 하락, 전력수급 비상 경보가 연이어 발령되면서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전력난의 실체가 드러났다. 현재 국내 발전소들의 전력공급 능력은 7800만kW 안팎. 지난 8월 6일 ‘주의’ 경보가 발령됐을 때 최대전력수요는 7429만kW에 달했다. 전력예비율이 4%대에 불과하다. 적정 예비율이 15% 수준임을 감안하면 살얼음판 위를 걷듯 위태로운 게 현재의 전력 상황이다. 언제든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지난여름 전력 수요를 줄이기 위해 거리에서 군무까지 추며 국민들의 자발적 절전을 유도하는 ‘국민발전소’ 캠페인을 펼쳤다. 실내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전기제품을 쓰지 않을 땐 플러그를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호응이 좋아 전력 피크타임에 100만kW 가까운 절전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원자력발전소 1기의 생산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불필요한 전기 소비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전력난을 극복하는 최상의 해결책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전기를 물처럼 쓰는 소비 행태를 고치는 것은 쉽지 않다. 싼 물건을 찾는 건 인지상정인데, 에너지 가격을 보면 전기료가 석유나 등유보다 훨씬 싸다. 겨울에 석유난로가 없어지고 전기담요를 찾는 이유다. 따라서 애국심에 호소하지 않고 알아서 전기를 꼭 쓸 데만 쓰게 하려면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주택용ㆍ산업용 등 용도별로 다르게 책정돼 물가 등 다른 정책수단으로 활용되는 전기요금을 연료비등 원가에 연동해 산정토록 할 필요가 있다.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기 판매 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검토해봄 직하다.

전력 공급 측면에서는 조력이나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이 시급하다. 다만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서는 민간기업들의 화력발전사업 진출을 활성화하는 것이 도움 될 듯하다. 대형건물에 설치된 비상용 자가발전기를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총 발전용량이 1900만kW에 달하는 자가발전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행정안전부가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인도에서는 지난여름 블랙아웃이 발생, 국토의 절반이 암흑에 휩싸였다.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재앙이다. 여름은 아슬아슬하게 넘겼지만 당장 올겨울에 혹한이 몰아칠 경우 안심할 수 없다. 상황이 괜찮을 때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재앙을 막는 길이다.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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