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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랜 B
매년 ‘트렌드 코리아’를 발표해오고 있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내놓은 올해 키워드 가운데 점쟁이처럼 딱 들어맞은 것 중 하나가 ‘플랜 B(Plan B)’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가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것 대신 아쉬운 대로 실현가능한 것을 찾는 경향이다. 올해 대형마트들의 반값전쟁도 이런 소비심리와 맞닿아 있다. 허황되고 먼 것보다 손에 쥘 수 있는 것을 찾는 눈높이 낮추기다. 요즘 SKY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특목고생들이 성균관대 지원율이 높은 추세도 졸업 후 취직 보장이라는 현실적 계산이 깔린 플랜 B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올해 플랜 B가 돌연 대박을 친 것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우스꽝스럽고 싸구려 감성에 사람들은 잘 짜여진 문화와는 다른 걸 느끼며 환호한다. 외국인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cheap’ ‘funny’라며 박장대소하는 게 유튜브에 널려있다. 싼티 나지만 재미있고 멋져보이는 이 B급 문화의 전지구적 돌풍은 그야말로 플랜 B시대의 문화를 한 컷으로 보여준다.


플랜 B란 말이 유명해진 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의 입을 통해서다. 1996년 말레이시아의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식 처방인 고금리, 긴축재정이 시장의 신뢰가 낮은 아시아에선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외환통제를 통해 금리와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플랜 B를 제안한 이후 사회적 용어화됐다. 플랜 B는 플랜 A가 실패하거나 실망스런 상황을 전제한다. 이데올로기와 강한 비전을 보이는 카리스마형 리더십 대신 공감과 소통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 플랜 B타입 리더가 주목받는 시대다. 플랜 B가 대선에서도 작동할지 최대관심사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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