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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인터넷 실명제 폐지만이 능사 아니다
인터넷상에서의 언어폭력이나 명예훼손, 불법정보 유통 등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던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 5년 만에 명을 다하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23일 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5항에 대해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린 결과다.

헌재는 이 제도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용자들이 해외 사이트로 도피한 점,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하면 공익을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일단 수긍할 만하다. 사회적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실명제를 적용받지 않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모바일 게시판 등 진화한 통신수단의 등장으로 인터넷의 입지가 미약해진 데다 실명제를 피한 누리꾼들이 해외 사이트로 몰리면서 토종 포털 사업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 본인인증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되는 일이 비일비재해진 데다 외국인들은 본인인증 자체가 불가능해 국내 사이트에 게시물 게재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폐단도 있었다. 동영상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의 경우 실명제가 시행되자 아예 한국 사이트를 폐쇄하기도 했었다.

이번에 이런 점을 꼼꼼히 따졌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 상황이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면 죽음을 부르는 악성 댓글 차단 또한 중차대한 사회적 책무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 단초가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유명 연예인 최진실 씨의 자살사건이었다. 제도가 멀쩡하게 살아 있어도 유사사건은 끊이질 않았다.

불순한 누리꾼들이 늘 문제다. 그들이 존재하는 한 온전한 사회로 보기 어렵다. 더구나 대선 국면이다. 대선후보자들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 익명성에 다시 노출된 상황이다. 차제에 악플에 대해서만큼은 강력한 대응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실명제 폐지가 악성 비방, 음해성 루머, 흑색선전까지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칠 필요가 있다. 모니터링과 신고 시스템도 더 강화하고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 등을 중하게 처벌할 수 있다는 점도 알려야 한다. 인터넷 주소(IP)만으로도 익명의 죄악을 뽑아낸다는 사실을 시범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포털업체와 당국이 적극 나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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