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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주목되는 기업 고졸 취업제도의 변화
국내 기업 고졸 취업제도의 의미 있는 변화가 주목된다. 단순 사무직 등에 고졸자를 채용하던 단조로운 방식에서 벗어나 맞춤형 사내 교육 등을 통해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회사가 설정한 일정 과정을 마친 고졸 입사자들은 급여는 물론 승진, 해외연수 등에서 대졸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이 같은 변화 바람은 특히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학력과 학벌주의 타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현대백화점의 고졸 채용 방식은 다른 기업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고3 학생 30여명을 신입사원으로 뽑았다. 이들은 앞으로 2년간 일반 업무와 병행해 대학 수준의 교과과정을 압축적으로 이수하고 실무능력을 배양하는 ‘사내 유통대학’을 거치게 된다. 과정 수료자는 일반 대졸자와 차별 없는 대우를 받게 됨은 물론이다.

더 반가운 것은 이런 방식으로 고졸자를 뽑는 기업이 줄을 잇는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사내 중공업사관학교를 개설, 올해 1기 100명에 대한 교육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는 아예 마이스터고 2학년 학생들을 뽑아 전문 맞춤형 인재로 교육하고 졸업과 동시에 입사시키는 제도를 도입했다. 단순 기능직이 아닌 기술 명장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고졸 채용 제도의 변화가 고교 재학생들의 진로 설정에 미치는 영향도 긍정적이다. 이른바 ‘묻지마 진학’이 현격히 줄어든 것이 먼저 눈에 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률은 2019년 19%에서 지난해 23%대로 올라선 뒤 올해는 42%로 급증했다. 반면 2009년 64%까지 치솟았던 대학 진학률은 절반가량인 35%로 대폭 감소했다. 그들 사이에선 취업이 새로운 추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취업자의 75%가 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연봉도 매년 큰 폭 상승하는 등 취업의 질도 좋아지고 있다.

아직은 일부 기업에 한정된 변화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정부가 적극 지원하면 상상을 뛰어넘는 시너지 효과로 사회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이제 학력은 더 이상 자랑거리도, 내세울 일도 아니다. 고교 졸업생보다 대학 신입생 정원이 더 많은 나라가 아닌가.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학력 인플레와 무관치 않다. 우리도 학력보다는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로 가고 있다. 정부도, 기업도, 국민들도 이 변화의 트렌드를 잘 읽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고졸 취업제도의 변화가 그 첫 단추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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