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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선 흥행 가로막는 여야의 당내 경선
대통령선거가 넉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가 너무 썰렁하다. 여야의 경선 흥행 실패가 주된 원인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경선을 마무리한 주말 투표에 이어 20일 최종 후보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그간 고착돼온 ‘박근혜 대세론’은 추호의 흔들림이 없었다. 말이 전당대회이지 박 후보 추대식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경선 후보는 다섯이나 되지만 워낙 박 후보 일방 게임이었던 데다 애초부터 경쟁구도가 제대로 짜이지 않아 흥행성은 기대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당내 기류도 우려 쪽으로 기울고 있다. 국정 책임을 진 여당으로서 무엇보다 국내외의 경제난이 심각한 데다 공천헌금 파동까지 겹쳐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여당 경선 참여율이 41%라는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사상 최저투표율과 사상 최대득표율을 동시에 기록하는 참으로 이상한 선거의 산물이 되고 말았다.

전당대회가 축제 분위기와는 반대로 지나치게 차분하게 이뤄짐으로써 본선 경쟁력과 추진력을 충분히 얻지 못한 것이 새누리당으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더구나 재집권을 노리는 입장에서 흥행성을 떨어뜨린 독주론이 치명적 함정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역설적으로는 바로 이를 여하히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당내에서 박 후보에 대한 다양성 주문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경선 후보들이 결과에 승복하긴 했으나 혼연일체 여부는 여전히 큰 변수다. 자칫 대세론에 도취돼 정치적 환경 변화를 놓친다면 실패 가능성은 더 커진다.

야당도 후보 난립과 안철수 변수로 인해 혼선과 합종연횡의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면서 후보 경선 흥행이 매우 저조하다. 여당과 마찬가지로 후보단일화나 선거연대를 둘러싸고 정체성의 혼란이 거듭되고 있어 경선 흥행 성적이 오르지 않고 있다.

흥행 실패는 여야 모두 정치 본령에서 일탈한 때문이다. 대선의 주 의제가 언제나 국민의 안녕과 행복인데도 불구하고 당파간 계파간 권력 투쟁과 헤게모니 쟁탈에 골몰하는 모습에 국민들이 크게 실망한 때문이다. 각종 민생의 어려움에 시달리고 지쳐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그들만의 진흙탕싸움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음을 정치권은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여야와 정치의 손실이 아니라 나라의 비극이다. 권모술수와 포퓰리즘으로 무조건 경쟁에서 이기고 보자는 천박하고 위험한 정치도박은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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