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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韓 · 日 간 감정 일변도는 손해가 더 크다
한ㆍ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고 있다. 과거사를 둘러싼 시비 차원을 넘어 골 깊은 감정까지 노골적으로 숨기지 않고 있다. 정부 간의 갈등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국민 사이의 뼛속 깊은 증오와 복수심의 교류가 우려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67주년 광복절인 15일 주일 한국대사관은 하루 종일 일본 극우단체의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일제시대 군복을 입은 이들이 수십 대 차량까지 동원해 “이명박 대통령은 천황에게 사과하라” “조센진(조선인)은 일본을 떠나라” 등 구호를 외치고 난장을 쳤다는 것이다. 일본 내 한국 공관이나 언론사 등엔 경멸조의 협박전화가 이어졌고, 교민사회엔 한국말을 쓰지 말자는 움직임까지 있다니 예사롭지 않다. 자칫 현지 우리 국민들의 안전에 불미스런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을지 우려가 커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한 데 이어 일왕의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서자 맞대응을 본격화하고 나선 셈이다. 게다가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 축구가 우리 태극전사들에게 참패한 것도 큰 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그들로선 이어진 불운과 악재가 참고 견디기엔 못내 힘겨웠을 법도 하다. 일본 정부가 자국민 정서를 감안한 때문인지 정상 간 교차회담 채널인 셔틀외교를 일시 중단하고, 외환위기 시 공동대처 수단인 통화스와프 협정을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보란 듯 일본 각료 2명이 민주당 정권 출범 3년 만에 처음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기름 붓기를 서슴지 않는 일본 정부다.

1965년 수교 이래 양국 관계가 가장 악화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래선 곤란하다. 이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언급했듯이 일본은 우리의 우방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당장 북핵 문제와 세계적 불황 대처 등 공동 현안이 태산 같다. 우리로선 동일본 대지진과 엔고 등으로 크게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연간 200억달러를 상회하는 대일 무역역조도 문제다. 부품ㆍ소재 등 핵심 분야가 일본 의존형으로 고착화한 결과다. 무르익은 일본 내 한류바람과 제반 효과도 지속시킬 과제다.

일본은 과거사 해결은 거센 세계사적 흐름이자 시대적 요구사항임을 깨달아야 한다.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견제를 위해서라도 일정 우리의 역할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국가 차원의 이성적 판단과 결정을 기대한다. 우리 역시 따질 것은 따지되 매사 지나치면 뒤탈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갈등과 파국보다 태평양시대 동반자로 손잡을 일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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