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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호화 사옥 경쟁 나선 빚투성이 공기업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끝이 없다. 한국전력, 코레일 등이 자의적 회계 처리로 공공요금 원가를 부풀렸다는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는 우리를 허탈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본사 지방 이전을 틈타 수천억원짜리 호화 사옥을 경쟁적으로 짓고 있다. 지금 공기업들 사정이 어떤가. 2011년 말 현재 진 빚이 무려 463조원이다. 국가 부채 420조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오죽하면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국내 공기업의 신용등급을 국가 신용등급과는 별개로 책정하겠다고 했을 정도다. 민간 기업이라면 벌써 워크아웃감이다. 그런데도 허리띠 졸라매고 빚 갚을 생각은 하지 않고 흥청망청이다.

원가 부풀리기는 공기업 도덕 불감증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코레일의 경우 용산 역세권 부지를 매각해 7조원이 넘는 차익을 실현했지만 철도운임 계산에는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자회사인 코레일유통으로부터 받은 역사 임대료 수백억원도 원가 계산에서는 뺐다. 그러면서 모자라는 운영비는 운임을 올려 해결하겠다는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등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빚더미 공공기관들의 신사옥 경쟁은 더 가관이다. 2014년 울산으로 가는 한국석유공사는 지금보다 2.5배나 더 큰 사옥을 짓고 있다. 직원 1명당 25평의 공간을 차지할 정도이며 건축비용은 대략 2000억원이 넘는다. 원주로 가는 한국가스공사는 유리 외장에 축구장과 실내수영장 등을 갖춘 대규모 호화 신사옥을 짓고 있다. 직원 월급도 제때 못 주는 지자체들이 호화 청사를 짓는다는 비난 여론이 아직도 귀에 쟁쟁한데 공기업들은 한술 더 뜨고 있다.

공기업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지금이라도 부채 축소와 혁신 방안을 내놓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허술한 회계 기준과 원가산정 체계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 정권마다 공기업 개혁을 약속하지만 매번 공염불에 그친 것은 낙하산 인사 탓이 크다. 대권주자들은 낙하산 금지를 공개적으로 약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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