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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양무진> 꽉 막힌 남북관계 ‘왕따 외교’ 우려된다
김정은 체제 공식출범 5개월
美·日·中과 관계복원 주력
정작 남한은 안중에도 없어
한반도 상황 이방인 전락 우려



지난 4월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한 후 북한은 대미·대일 관계 개선과 대중 혈맹관계 복원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한 노력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의 중심축이 남북 관계이며 주변축이 북미·북중·북일 관계라는 점에서 한국의 고립이 우려된다.

지난 7월 중순 북미 간의 뉴욕 채널이 가동됐다. 미국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활동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확인 절차를 밟는다면 2·29 합의를 이행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실험을 하지 않음으로써 2·29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며 오히려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일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에 걸쳐 북미는 싱가포르에서 ‘비공식 트랙2’ 대화도 가졌다. 북측은 최근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이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동까모’(김일성 동상을 까는 모임)에 대한 지원 등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있는 만큼 이를 폐기할 것을 요청했다. 반면 미국은 한반도의 긴장 고조 원인은 지난 4월 장거리로켓 발사 등 북한이 9·19 공동성명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 주 원인이고, 앞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진전된 행동을 보이지 않는 한 의미 있는 대화나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북미 모두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관계 악화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 어떤 것이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서로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꽉 막힌 남북 관계 속에서 북미 간에는 직·간접적인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일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중국의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하고 만찬까지 함께 하였다. 왕자루이는 후진타오 주석의 특사 성격을 지닌다.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은 왕자루이를 매개로 경제협력을 비롯한 북핵문제, 남북문제 등 양국의 관심사에 대해 최고지도자 간 간접적인 의사소통을 가진 셈이다. 왕자루이의 방북은 지난 4월 북한의 일방적인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불편해졌던 북중 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복원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9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는 북일 적십자회담이 개최된다. 2002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번 회담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과 일본의 준당국 간 첫 공식 만남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의제는 한국전쟁 전후 일본인 유해 발굴 및 송환 문제, 북송 일본인 처의 방일 문제, 요도호 사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인 유해 송환과 북한 내 일본인 묘지에 대한 추석맞이 성묘에 합의가 예상된다.

북한의 전략적 의도는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 사업 재개 등 북미 대화 분위기 조성에 있는 듯하다. 일본은 국내의 정치적 필요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정작 남북 관계 복원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상종하지 않겠다는 수사력을 뛰어넘어 실제로 대화와 교류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명박 정부는 과연 현 단계 남북 관계 및 한반도 상황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방인으로 전락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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