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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이소정> 노후준비, 행복사회로의 첫걸음
노년기 ‘인생의 꽃’ 만개 위해
청장년기 때부터 인식전환 필요
부부가 함께하는 노후생활 준비
미래 뿐아니라 현재 삶의 질도 높여



“고령사회가 어떤 사회냐”란 질문을 던지면 십중팔구 “노인인구가 많은 사회”라는 답을 듣게 된다.

반면 “인생에서 어느 연령대가 가장 중요할 것 같냐”고 물어보았을 때 “노년기”라는 답을 들을 확률은 0.1%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고령사회란 ‘인생에서 부차적일 뿐인 노년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된다.

최근 몇 년간 ‘고령사회’가 본격적인 사회적 화두로 부상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도입됐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 즉 고령사회가 갖는 의미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사회철학자 라슬렛(P. Laslett)은 노년기를 ‘인생의 꽃’이라 정의했다. 신체 건강한 노년기야말로 자녀 양육, 부모 부양, 노동과 납세의 의무 등 개인에게 부과되는 갖가지 의무로부터 해방되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시각을 바꾸면 고령사회는 이처럼 인구의 다수가 ‘인생의 꽃’을 만끽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노년기에 인생의 꽃을 만개시키기 위해서는 개인마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청장년기에 일, 자녀 양육과 교육에 올인하느라 정작 인생의 꽃을 피울 시기가 도래했을 땐 아무 계획도 준비도 없다면 고령사회는 다수의 인구가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는 불행한 사회가 될 것이며, 높은 노인자살률, 낮은 삶의 질이라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은 계속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발표한 노후준비지표와 국민의 노후준비 실태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가 보다 행복한 사회로 변모해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된다.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 등 공공 부문과 생명보험사, 학계 및 전문가 등이 모여 만든 43개 노후준비지표는 재무, 건강, 대인관계, 여가 등 4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역별로 100점 만점의 노후준비 점수를 도출할 수 있다. 이처럼 노후준비지표를 통해 개인의 노후준비도를 양적으로 자가진단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민들이 막연하게만 느꼈던 노후준비를 구체화하고 실행해 옮기는 것이 한층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표만 발표했다고 모든 국민들의 성공적인 노후준비와 행복한 노후생활이라는 탄탄대로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국민들은 당장 하루하루 살기도 바쁜데 노후준비를 할 여유가 있냐는 의문을 던질 것이다.

지표뿐인 노후준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는 국민들의 노후준비를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와 서비스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하며, 기업을 비롯한 민간 부문에서도 근로자들의 노후준비가 가능하도록 협조하고 노후준비의 발전에 협력해야 한다.

여기서 질문 하나. 보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미리부터 저축하고 건강관리도 하며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을 찾는 것이 꼭 노후생활만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 어쩌면 한 치 앞만 내다보며 살아가는 현재의 삶을 보다 풍요로운 슬로 라이프(slow life)로 바꾸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감히 꿈꾸어 본다. 소득수준과 복지수준이 높지만 자살률은 높고 삶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던 서구 선진 복지국가에서 이루지 못했던 행복사회의 꿈, 노년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모든 생애주기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행복사회의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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