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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통령 후보 때 주변비리 근절 서약받자
이명박 대통령이 또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24일 “근자에 제 가까운 주변에서,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일련의 친인척 및 측근 비리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억장이 무너진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 등의 수사를 쏟아내며 침통한 심경을 밝혔다.

이 대통령의 사과는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해 이 정부 들어 힘깨나 쓰던 이들은 모조리 쇠고랑을 찼기 때문이다. 실제 해도 너무했다. ‘대통령 멘토’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비서관ㆍ차관 등 가는 자리마다 ‘왕’이란 접두사가 붙으며 실세 행세를 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권력으로 통하는 문고리를 쥐었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역대 최대 규모다. 뿐만이 아니다. 청와대 현직 비서관 수석들이 툭하면 검찰에 불려갔고, 처가 쪽 인척들까지 권력을 등에 업고 잇속을 챙겼다. 불과 10개월 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던 이 대통령의 소신(?) 발언은 이미 개그의 소재가 된 지 오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친인척과 측근 비리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가 정권마다 관례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한보 비리에 연루된 아들 현철 씨 문제로, 김대중 대통령 역시 세 아들 비리 때문에 TV 카메라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노무현 대통령도 측근 비자금 수수, 친인척 비리와 관련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더 억장이 무너지는 쪽은 우리 손으로 뽑은 지도자의 사과를 지켜보는 국민들이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심기일전해 사이후이(死而後已)의 각오로 더욱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남은 임기 동안 열심히 일할 테니 사과를 받아들이고 용서해 달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성역 없이’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다짐이 먼저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측근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대통령 본인의 의지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상설특검제 등 최고 권력 주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5년 단임 대통령제 개헌론이 불거지는 이유 중 하나도 권력 집중에 따른 측근 비리 양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제도를 잘 정비해도 쉽게 뿌리 뽑히지 않는 것이 권력형 비리다. 잘 훈련된 열 포졸이 한 도둑 잡기가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대선에 나서는 후보자에게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 근절 서약을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대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차기 주자들은 적극 반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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