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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 - 임진모> 파격적인 음악이 통한다
아이돌 주류속 ‘버스커…’ 돌풍
파격음악으로 새로운 물꼬 터
새로움을 원하는 수요자에 어필
대중음악 도전·실험가 더 있어야


상반기 음반판매량 부문에서 상위권을 점하고 있는 가수는 빅뱅, 샤이니, 소녀시대-태티서, JYJ 등 주로 아이돌 스타들이다. 이러한 가수의 앨범들을 기성세대가 자발적으로 구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10대들이 주요 구매층일 것이다.

아이돌이 주류를 이루는 순위에서 7위에 오른 ‘버스커버스커’는 주목할 만하다. 이들의 첫 정규앨범은 11만장 이상을 기록했다. 이 앨범의 주 구매층은 20대들로, 특히 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아이돌 그룹의 음반판매량은 대체로 팬들의 결집력에 의존한다. 다시 말하면 팬 층이 어느 정도 견고하냐에 따라 세일즈그래프의 높이가 정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버스커버스커는 아이돌도 아니고 확고한 팬 층을 갖지 못한 신인이면서도 10만장을 넘기는 이변을 일으켰다. 새로움을 원하는 수요자에게 어필하는 선도(鮮度) 높은 음악을 가지고 나왔다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들이 만약 현재의 트렌드를 추종한 스타일을 내놓았다면 수요자와 접점을 마련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지난 1978년 ‘한동안 뜸했었지’로 선풍적 인기를 누렸던 록 밴드 ‘사랑과 평화’가 떠오른다. 이들은 마치 서구 록 밴드가 하는 것 같은 펑키 사운드와 멤버들의 빼어난 연주로 유명했다. 하지만 처음 ‘한동안 뜸했었지’가 나왔을 때는 그 특유의 펑키 사운드가 새롭다 못해 생경했던 나머지 일각에서는 반응이 시큰둥했다. 기타리스트 최이철은 “바가지 엎어놓고 긁는 소리를 낸다며 그 시절 아줌마들은 싫어했다”고 술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평화’ 멤버들은 트로트풍 가요는 하기 싫었고 더욱이 밴드가 그런 음악을 하는 것을 마땅치 않게 여겼다. 그들의 히트곡인 ‘한동안 뜸했었지’ ‘장미’ ‘어머님의 자장가’는 정말 새로웠고 파격적이었다. 평소 좋아하고 실험해왔던 스타일의 음악을 현실에 대들 듯 과감하게 풀어냈기 때문에 이런 노래들이 가능했던 것이다. ‘사랑과 평화’는 이후 1988년에 공전의 히트를 친 ‘울고 싶어라’가 있지만 결코 스타덤 그리고 부의 영예를 누리지는 못했다. 대신 음악 역사는 “펑키 사운드를 가요와 접목해 새로운 패턴을 제시했다”는 헌사와 함께 그들을 융숭하게 대접한다.

‘사랑과 평화’뿐인가. 역사의 페이지를 장식한 전설들은 돌이켜보면 다들 당대에 유행하는 음악과는 차이 나는 파격의 음악을 들고 나와 새로운 물꼬를 튼 존재들이다. 폭발적인 록에 재기 가득한 노랫말을 들려준 ‘산울림’이나 1980년대 중반 록의 포효로 시대를 가른 ‘들국화’가 그렇다. 전혀 다른 코드워크와 섬세한 편곡으로 팝 발라드를 개척한 고(故) 유재하나 우리말로 랩을 시도한 서태지, 우리 식의 힙합 어법을 실험한 ‘듀스’, 한국에서도 펑크 록이 된다는 것을 입증한 ‘말 달리자’의 ‘크라잉 넛’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중의 환호를 만끽하며 인기차트를 누비는 스타들은 즐비하지만 모두가 역사의 환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역사에 기록되는 특전은 새로운 흐름을 견인한 인물에게 주어진다. 역사는 절대적으로 도전자와 실험가를 섬긴다. 우리 대중음악은 새로움이, 더 정확하게는 파격이 필요하다. 아직 이게 상당히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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