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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코미디 같은 신보 이사장 선임 파문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1년 연임 발표는 이명박 정권의 인사 난맥이 얼마나 심각한지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당초 정부가 점찍은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려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퇴임 인사까지 마친 안 이사장을 황급히 연임시키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신보 이사장 공모는 처음부터 파행의 연속이었다. 임원추천위원회가 가동되기도 전에 PK(부산ㆍ경남) 출신 특정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임추위는 물론 소문의 당사자와 함께 추천된 2명의 후보자는 결국 들러리였던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 최종 선임 과정에서 ‘금융권 PK 싹쓸이’에 대한 곱지 않은 여론을 의식해 현 이사장의 한시적 유임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임원추천위원들이 “무법 천지”라며 분통을 터뜨릴 만하다. 정권 말기 인사 난맥은 더러 있다지만 세간의 조롱거리가 된 경우는 없었다.

공기업 기관장 임명을 둘러싼 파행은 신보뿐이 아니다.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응모한 한 후보자는 최종 선임을 앞두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지원한 바보 같은 내 모습에 절망한다”고 개탄하며 응모를 포기했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자회사 대표 선임 때는 청와대가 민 후보자가 임추위 면접에서 떨어지자 ‘적격자가 없다’며 평가방법을 바꿔 재공모, 결국 뜻을 관철하는 일도 있었다. 사전 내정 인사가 추천 후보에 들어가도록 임추위에 압력을 행사하는 뻔뻔한 일도 부지기수였다. 국민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선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공모제는 정권이 부적격자를 마음대로 기관장에 앉히는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 인재발굴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가 실종된 지 오래다. 오히려 공모제가 사전 내정된 인사의 선임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무늬만 남은 공모제라면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인사권자가 직접 임명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생산적이다.

신보 파행 인사 와중에 국민적 신뢰와 존경의 표상이 돼야 할 대법관과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쏟아진 각종 의혹은 보기 민망할 정도다. ‘고소영’이란 비아냥 속에 첫 단추를 잘못 꿴 이명박 정부의 인사는 정권 끝까지 허둥대고 있다. MB정부의 인사 실패는 다음 정권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권 창출 기여도에 따라 적당히 자리를 나눌 게 아니라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사를 적소에 과감히 기용하면 인사 혁신은 자연스레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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