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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 - 복거일> 도덕이 허물어지면…
도덕과 법 도외시한 채
실용만 강조했던 MB정권
모래 위에 세워진 집처럼 위태
불길했던 예감은 결국 현실로


선거를 앞둔 터라 대통령 후보들이 공약들을 내놓는다. 모두 자신의 공약들이 시민들의 삶을 보다 낫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정책들은 실은 비슷비슷하다. 정부의 기능이 명확하고 재정적 능력에서 큰 제약이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표를 많이 얻으려고 크게 부풀린 약속들이라 제대로 지켜지는 것들이 많지 않을 터이고, 역설적으로 덜 지켜질수록 나라 살림이 건전해질 터이다.

그러나 도덕이나 법을 얘기하는 후보는 없다. 생각해보면 이상하고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사회의 근본적 바탕은 도덕이다. 거의 모든 시민이 도덕적으로 행동한다는 전제 아래 사회가 짜이고 움직인다. 시민들의 도덕 수준이 낮아서 서로 믿지 못하면 그 사회는 불안하고 비효율적이어서 응집력이 낮다.

법은 도덕 위에 세워진다. 시민들의 도덕에 의존하기 어려운 일들에서 시민들을 인도하는 명확한 기준들이 법이다. 그리고 법이 제대로 시행되는 ‘법의 지배’를 바탕으로 삼아 정책들이 세워지고 집행된다.

이처럼 정책의 바탕은 법이고 법의 바탕은 도덕이다. 즉 도덕이 사회의 근본적 바탕이며 도덕이 제대로 서지 않은 사회는 오래 번창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의 도덕적 수준은 아주 낮다. 이제 우리가 선진국의 반열에 들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들 가운데 부패가 가장 심한 나라로 꼽힌다. 부패는 도덕 수준을 가늠하는 가장 확실한 지표다.

며칠 전 한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몇 주 전 운동 삼아 한강 둔치를 달릴 때 반대편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달려오는 외국인을 발견했다. 손으로 오른쪽을 가리키면서 ‘오른쪽! 오른쪽!’하고 우리말로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길 오른쪽으로 걷자는 약속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외국인에게 꾸지람을 듣는 것이 우리 모습이다.

실제로 길을 걷다 보면 속이 상하는 일이 하도 많아서 걸을 마음이 나지 않는다. 옆으로 서서 좁은 길을 막는 사람들, 길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들, 인도를 주차장으로 삼은 자동차들, 확성기를 내놓고 시끄러운 노래를 틀어대는 가게들, 개가 사람에게 달려들어도 미안하다는 기색도 없는 사람들, 파란불이 켜진 인도를 홱 지나가서 오싹하게 만드는 자동차들, 인도에 걸쳐 차를 세운 사람들. 이것이 우리 길거리 풍경이다.

이렇게 도덕 수준이 낮은 사회에선 부패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씨가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 ‘만사형통(萬事兄通)’이란 씁쓸한 해학을 낳았을 만큼, 이 씨는 동생의 권력을 이용해서 치부했다. 동생이 대통령이 됐으면, 형은 물러나 은거하는 것이 도덕이다. 그는 정계에 남아 권력을 누렸고, 끝내 자신의 일생을 망치고 동생의 치적에도 큰 흠집을 남겼다. 도덕적으로 못난 자가 권력을 쥐면, 그 권력으로 자신을 망치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이 대통령은 도덕이나 법이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도덕이나 법이란 말은 아예 쓰지 않고 이념 대신 ‘실용’을 강조한 취임사를 읽고 불길한 느낌이 들었던 사람들은 지금 무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도덕과 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역설하는 대통령 후보가 없다는 사실은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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