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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황해창> ‘호국보훈의 달’6월의 무게
제2 연평해전의 진실
은폐·조작 꼭 가려야
전사자·유가족 홀대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연평해전 논란이 뜨겁다. 1차, 2차? 그게 언제였더라? 그렇게 인식했던 사건들이 반전을 타는 분위기다. 북한과 우리 군 수뇌부가 연루되고 은폐ㆍ조작 여부에 진실게임까지 이뤄지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 벌어진 일이다. 여기에 KAL 858기 폭파사건의 주범 김현희 씨가 과거 정부가 자신을 가짜로 몰아 국외 추방을 시도했다며 폭로하고 나섰다. 노무현 정부 사안이다. 이들 모두 파문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엊그제 눈길을 끈 뉴스 하나가 있었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유족들이 사건 당시 군 수뇌부와 정보계통 고위관계자 등을 고소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북한 측의 계획적 도발 첩보를 입수하고도 적극 대응을 지시하지 않은 것은 엄연한 직무유기라는 주장이다. 이들의 분노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홀대의 설움이 한으로 맺혔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인근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이 우리 해군 고속정 참수리357정에 무차별 선제공격을 가해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한 사건이다. 북측도 3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 사건이 우발적이 아닌 치밀한 계획적 도발이고 이런 사실을 우리 감청부대 첩보망이 사전에 파악했음에도 군 수뇌부가 이를 묵살하고 서둘러 종결 처리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발단은 월간조선 7월호가 당시 감청된 북한군 특수정보(IS) 15자가 바로 ‘발포명령만 내리면 바로 발포하겠다’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다.

당시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가 “우리 해군이 작전통제선을 넘어간 잘못도 있다”고 해 논란을 키웠다. “도둑 잡으려 현관문 나선 게 잘못이냐”는 맞대응에 반전의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우발적으로 발생시킨 사고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북측의 핫라인 통지문을 공개했다. 그러고는 김대중 대통령은 전사 6용사 영결식은 외면한 채 한일월드컵 결승전 참관차 일본으로 향했다.

당시에도 의문은 꼬리를 물었다. 1차연평해전에서 참패한 북한군이 3년을 벼르고 벼른 끝에 저지른 사건이란 것은 웬만한 이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 사이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고 햇볕정책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북한을 불편하게 하는 일은 알아서 척척 피하는 것이 충성 그 자체였다. 적어도 그때는 그랬다.

진실 여부야 결국 가려지겠지만 만에 하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예삿일이 아니다. 남북 대치상황에서 안보 조작은 국가 안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다.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우선 나라를 지키다 적의 총탄에 희생된 전사자들에 대한 예우부터 서둘러 갖출 일이다. 과거 두 정부는 아예 외면했고 지금 정부는 홀대했다는 말이 서글프게 다가온다. 과거 그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MB정부의 태도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여지껏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그들을 추모한 예는 없다. 이제야 그것도 오는 29일 제2연평해전 10주년 기념식에 이명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주목된다니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이러니 종북세력이 헷갈려 하고 힘을 쓰려 하는 것이다. 정권 구분 없이 서식처를 제공한 셈이다.

6월이 착잡하게 흐른다. 현충일, 민주항쟁기념일, 1차연평해전, 남북정상회담, 한국전쟁 발발일, 2차연평해전, 6ㆍ29 선언…. 여름휴가 계획을 잡으려 달랑 넘기기엔 달력 한 장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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