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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태국 대사관 탈북자 학대, 관련자 엄중 문책을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 여직원들이 현지에 억류된 탈북자들에게 반말과 욕설 등 심한 인격적 모독을 가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탈북자들은 대개 동남아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탈북자들은 현지 이민국 산하 구금시설에 일시 머무르는데 한국 입국 절차를 돕기 위해 나온 우리 대사관 직원들에게 부랑자나 범죄자 취급을 받은 것이다. 얼마나 황당하고 억울했을지 생각만 해도 분노가 치솟을 지경이다. 입국 대기 중인 탈북자도 엄연한 예비 한국인이다. 이들을 모독했다면 우리 국민과 국가를 모독한 것과 같다.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정부가 현지로 조사단을 급파했다니 철저한 진상 규명과 문책, 재발 방지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탈북자들이 전하는 주 태국 대사관 여직원들의 행태는 오만한 교도소 간수의 모습이다. 나이를 불문하고 반말로 욕을 하는 것은 예사고, 심지어 “대한민국이 너희 같은 쓰레기를 받는 곳은 아니다”는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또 맨발로 생활하는 시설에 구두를 신은 채 마구 돌아다니고, 앉은 자세만 조금 흐트러져도 눈을 부라리며 한국에 늦게 보내겠다고 겁박했다. 더욱이 이 여직원들은 자신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도록 했다니 그 안하무인적 위세가 가소롭고 놀랍다. 이런 취급을 당한 탈북자들이 얼마나 모멸감을 느꼈으면 “차라리 북한으로 되돌아가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니 그저 민망할 따름이다.

더 한심한 것은 외교부와 대사관의 조치와 대응이다. 보고를 받았으면 즉각 자체 조사를 하고 문제가 확인되면 적절한 후속조치와 정중한 사과를 하면 된다. 그러나 “그런 사실이 없다”며 잡아떼거나 일부 탈북자들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사태 축소에만 급급할 뿐 여태 아무런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더욱이 “현지 채용 계약직이 한 일”이라며 슬그머니 선을 긋는 모습은 비겁한 처신이다.

이번 사태는 외교부가 탈북자 문제에 얼마나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민감한 외교 현안이 발생할 수 있는 현지 이민국 구금시설에 전문 외교관이 아닌 계약직 직원을 보내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인력 운영상 불가피하다면 전문지식과 소양을 충분히 교육시켜 보냈어야 했다. 차제에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탈북자들이 거치는 다른 동남아국가 주재 공관들 현황도 면밀히 점검해보기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막말 파문으로 탈북자들 마음이 많이 상해 있다는 것을 외교부는 주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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