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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의사는 어떤 경우도 환자를 떠나선 안 돼
내달 확대 시행되는 포괄의료수가제(진료비 정액제)를 둘러싼 의사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외과, 안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의사회가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자궁, 제왕절개 분만 7개 부문 수술을 거부키로 한 것이다. 맹장과 제왕절개 응급환자는 일단 제외한다지만 의료체계 혼선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건 아닌지 국민들은 불안하다.

그동안 일부 진료 분야가 휴진하거나 진료수가 책정에 반대하는 태업성 수술 거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광범위한 집단행동은 2000년 의약분업 파업 이후 처음이다. 의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환자를 떠나는 일이 있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법으로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 아무리 명분이 있더라도 의사가 진료를 포기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결국 이번 수술 거부는 국민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 떼쓰기에 불과할 뿐이다. 의협은 국민들의 불안감이 더 증폭되기 전에 결정을 철회하기 바란다.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한정된 범위 내에서 진료를 할 수밖에 없어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게 의사단체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핑계일 뿐 속내는 수입 감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야말로 단견에 지나지 않는다. 포괄수가제는 세계적 흐름이고 합리적인 의료비 지출을 위해 선진국들은 이미 10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지난 2002년부터 선택 적용되고 있다. 수지 측면에서도 병원과 환자가 윈-윈 할 수 있는 제도다. 의사들이 결코 손해를 볼 일이 없다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쓸데없는 과잉진료를 줄일 수 있고, 특히 수술환자는 21%가량 부담이 줄어든다고 한다. 반면 제도 시행과 함께 의료 수가도 평균 2.1% 올라 의료기관 전체적으로 상당한 수익 증대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파탄 위기에 직면한 건강보험 재정에 긍정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입원 일수와 한 사람당 보건의료비 지출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배에 달할 정도로 의료 과소비 국가다. 오죽하면 OECD가 “이대로 가면 한국 의료가 지속하기 힘들다”는 경고를 했겠는가. 물론 포괄수가제가 완벽한 제도라는 건 아니다. 그러나 시행해가면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하나씩 보완하고 손질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내 의사 단체가 고집을 버리지 않는다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면허 취소 등 가장 강경한 수단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불행한 사태는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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