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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이젠 ‘품격 있고 아름다운 빛(光)’을 만들어야 한다
관광(觀光)이란 말은 주역(周易)의 ‘타국의 빛(光)을 본다’라는 말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 말은 관광객이란 자신의 생활환경과 다른 풍광(風光)을 찾아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자라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한류라는 큰 빛이 일어나 전 세계에서 연간 1000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다. 한류를 통해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 보다 문화적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빛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고궁 같은 역사유적을 비롯해 패션, IT, 공연, 축제 등 다양한 분야의 ‘아름다운 빛’들이 세계인들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Rough Guide‘, ’Catoville‘, ’Book of Everything‘ 등 세계 유수의 여행책자들이 앞다퉈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대한 정보를 담아내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시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보도된 ‘아름답지 못한 빛’들이 우리를 부끄럽고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일부 상인들이 국내 물가에 어두운 외래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턱없이 비싼 요금을 물리는 행태가 보도됐다. 김치전 1장과 맥주 2병에 5만원을 받는 포장마차, 6500원이면 갈수 있는 남산 케이블카에서 서울타워까지 4만원을 받는 택시, 2㎞를 태워주고 33만원을 요구하는 콜밴 등은 많은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노력해 만든 한국의 아름다운 빛을 가리는 독소다.

당장의 금전적 이득에 급급해 전체 시장을 오염시키는 이런 어리석은 행위들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 한 번만 상대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외국인 관광객 대상 바가지 요금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산이 있으면 골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법과 제도를 어기고 상식에서 벗어난 일들이 수시로 벌어진다면 어떻게 관광객들이 대한민국을 믿고 다시 찾겠는가? 외래관광객은 우리나라를 찾은 손님이면서 우리의 문화를 보고 자국으로 돌아가 전파하는 전령이기도 하다. 그들이 접하고 경험한 것들은 그 한사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전파되는 대한민국의 이미지이자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진정으로 변해야 할 때가 됐다.

우선 관광 현장에서 관광객들을 직접 응대하는 상인들 스스로가 관광객들을 고객으로 인식하고 한사람 한사람을 단골손님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외래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더 많은 소비가 이루어 질 것이며, 나아가 문화강국 대한민국이 진정한 ‘한류’의 매력과 관광의 ‘아름다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차원에서도 바가지 요금 근절 등에 대한 외국인 접객상황을 일회성 처방에만 그치지 말고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지속적인 개선에 대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관광마케팅, 경기관광공사, 제주관광공사, 대전마케팅공사 등 최근 각 지자체에 관광을 전담하는 기구들이 설치되는 추세이니 이러한 전담기구를 적극 활용해 외래객들에 대한 서비스 실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점들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방안과 방지시스템 등을 발굴하고 구축해나간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외래관광객들이 여행목적지로서 대한민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주의할 점 등을 사전에 주지하고 방문할 수 있도록 가이드북과 브로슈어 뿐 아니라 웹사이트와 SNS 등 온라인 정보망을 두루 활용한 공신력 있는 정보의 배포도 확대해야 한다. 이 역시 기존의 구색 갖추기 식의 자료 제작이 아닌 외래방문객의 눈높이와 필요에 맞게 각 지역의 맞춤식 정보를 흥미있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외래관광객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우리를 찾아 온 손님이다. 이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감동을 전할 때, 일부 스타들에 의한 한류가 아니라 국민들에 의한 진정한 한류가 완성될 것이며 세계인들에게 한국관광의 진정한 ‘품격 있고 아름다운 빛’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정기은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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