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이 정권 말기 최대 게이트로 번질 조짐이다. 실세 중 실세라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검찰에 소환된 데 이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10억원 수수설이 가파르게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이모 전 파이시티 대표가 박 전 차관에게 전달하라며 최 전 위원장 고향 후배를 통해 이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니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더욱이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의 용처가 밝혀지면 대선자금 수사는 물론 그 이상의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말고도 이 대통령 주변 비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형인 이상득 의원의 ‘장롱 속 7억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전 문화부 차관과 청와대 비서관이 업자들에게 돈과 향응을 제공받아 구속됐다. 친인척 비리도 꼬리를 물어 대통령 부인의 사촌오빠와 언니가 저축은행 로비, 공천 브로커를 하다 감옥에 갔다. 주변 관리를 못한 이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MB정권 측근 비리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참담한 심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역대 정권마다 말기에 이런저런 비리가 불거져 국민들 마음을 언짢게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다를 것이란 기대가 컸다. 이 대통령 자신이 상당한 자산가로 적어도 돈 문제로 말썽을 일으킬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부질없는 바람일 뿐, 오히려 어느 정권보다 진화된 비리를 드러냈다. 그나마 지난 정권들은 대통령 재직 시 주변 인사들이 호가호위(狐假虎威) 하며 욕심을 채웠지만, 파이시티 파문에서 보듯 MB 주변 인사들은 대통령이 되기 전 아예 후보 시절부터 검은돈에 맛을 들였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지긋지긋한 측근 비리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연말 대선에서 각 당 후보들은 저마다 열을 내며 측근 비리 엄단을 약속할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믿을 국민들은 아무도 없다. 불법과 비리를 확실히 차단할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당장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부터 서약을 받자. 비리가 생기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미리 다짐을 받아놓자는 것이다. 청와대와 별개로 친인척과 측근을 감시할 특별기구 설치도 더 미뤄선 안 된다. 5년 후 이맘때는 권력 측근이 비리 혐의로 검찰에 불려갔다는 소리를 듣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