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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서 만나는 북한미술품,과연 믿을만한가?
"미술시장이 불황이라 국내 유명작가 그림들도 안 팔리는데 위작논란 소지가 많은 북한 미술품이 잘 팔리겠어요? 요즘은 관심이 현저히 줄었어요. 서울 인사동 등에선 도통 거래가 안됩니다. 그저 사무실이나 집안 장식용으로 아주 싼 값의 북한 그림이 팔리는 정도죠."

북한미술에 정통한 한 미술시장 관계자는 "요즘은 북한미술의 수요가 한풀 꺾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강산 등을 세밀하게 그린 점당 3만~30만원대의 장식용 그림이 지방 등에서 팔리는 게 고작이라는 것.

그러나 자고 일어나면 미술품값이 널뛰듯 오르던 지난 2006~7년 활황기에는 북한 미술품 또한 인기가 꽤 높았다. 각종 전시와 경매도 활기를 띄었다. ‘북한의 공훈미술가, 인민미술가들이 그린 그림’ ‘월북화가의 그림’이라는 요소도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그러나 진위 논란이 연달아 제기된 뒤론 북한미술품의 인기는 예전만 못한 상태다.

국내서 유통되는 북한미술품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고려청자라든가 조선백자, 불상, 서화 등 문화재를 포함한 고미술품이다. 흔히 말하는 골동품이 이에 해당된다. 압록강지역 등을 거쳐 중국을 통해 한국에 들여오는 이들 골동품 중에는 가짜가 태반이다. 다음이 월북화가들의 그림이다. 정종여, 이쾌대, 리석호, 김기만, 림군홍 등 해방전후 이름을 떨쳤던 작가들의 그림이 이에 해당된다. 이 역시 가짜가 적지않다.

그 다음이 평양 소재 미술센터인 만수대창작사가 제작한 사실적인 풍경화와 인물화 등이 그것이다. 이번에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적발한 밀반입 작품도 이에 해당된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북한 그림 중 상당수가 이에 해당된다. 개중에는 중국에서 제작된 싸구려 그림이 마치 평양 만수대창작사 작품처럼 사칭되기도 한다. 만수대창작사 또한 이미 브랜드가 됐기 때문이다.

북한 작가들이 창작한 그림과 조각은 중국 베이징 등에서 종종 전시, 경매된다. 중국의 타이핑양궈지(太平洋國際) 경매는 지난해 베이징 시내에서 북한 미술품을 전시한 후 경매를 개최한바 있다.

북한 당국 또한 지난 2008년말 베이징의 대표적인 미술거리인 798지역에 평양 만수대창작사의 조선화 그림을 전시·판매하는 미술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중국인및 중국을 여행하는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미술품을 선보이고, 판매하기 위해서다.

나름대로 뛰어난 소묘 실력을 자랑하는 북한 만수대창작사의 풍경화라든가 동물화, 인물화는 중국인및 한국인에게도 관심 대상이다. 특히 금방이라도 상대를 덮칠 듯한 생생한 호랑이그림 등은 인기가 높다.



국내 컬렉터 중에는 개성 출신으로 북한 미술품에 관심이 많았던 OCI의 창업주인 고(故) 이회림 회장의 북한회화 컬렉션이 잘 알려져 있다. 고인은 생전에 김관호,길진섭, 김주경, 림군홍, 김만형 등 월북화가들의 유화를 다수 수집했다. 수송동 소재 OCI미술관측은 이회림 회장의 1주기 때 이들 작품을 모아 ’북한미술전’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을 거쳐 국내에 들어와 있는 북한의 고려청자라든가 백자 등 도자기와 불상, 서화, 월북화가 그림 중 적잖은 작품이 가짜일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한결같이 "고분군에서 출토된 진품" "경로가 확실한 유명 화가 그림"이라고 주장하나 엄밀한 감정을 거칠 경우 ’현대에 제작된 조악한 모사품’인 예가 많으므로 주의가 촉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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