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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가 꽃으로' 그 섬 아세요?
낯익지만 외면하고 싶은 우리 곁의 그곳
황석영은 『강낭몽』에 이어 『낯익은 세상』(문학동네, 2011)에서 그동안 잊고 있던 우리 삶의 본질을 떠올리게 한다. 그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이기도 하며,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곳이다. 

소설은 딱부리 모자가 꽃섬으로 이사를 오며 시작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아수라 아저씨의 아들 땜통을 만난다. 산동네 보다 나은 삶을 기대했을 것이다. 분명 그랬다.

꽃섬은 쓰레기 집하장이다. 재활용과 분리 수거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던 시절이다. 쓰레기로 둘러 쌓인 곳으로 누가 봐도 사는 것처럼 사는 게 아니었지만, 꽃섬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누군가에게 버려진 물건들로 가득찬 그곳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인 것이다.

‘사람들이 쓰다 버린 물건의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그것들은 생선 머리처럼 원래의 모양을 잃고 복잡하고 자잘하게 분해되어 있어서 기계가 처음 만들어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기괴한 사물로 보였다. 아아,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고 싶다.’ p.122

아이들은 곰팡이가 피고 버려진 음식 찌꺼기를 먹으며 스스로 자랐다. 딱부리는 땜통을 통해 꽃섬 형편을 익혔다. 유기견을 돌보는 할아버지와 빼빼 엄마를 알게 되고 김서방에 식구들을 만나게 된다. 딱부리가 만난 김서방에 식구들은 꽃섬으로 변하기 전의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살던 사람들이다. 맑은 강물이 흐르고 논에서 벼가 익어가고 사람들이 농사를 짓던 곳이다. 그러니까 꽃섬에도 쓰레기 꽃이 아닌 진짜 꽃이 피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차마 그곳을 떠나지 못해 남아 있는 혼령인 것이다.

딱부리는 땜통에게 꽃섬이 아닌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준다. 목욕을 하고 냄새나는 옷이 아닌 새 옷을 입으니 딱부리와 땜통이 아닌 정호와 영길이가 되었다. 게임기와 햄버거를 좋아하는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외부 사람들은 꽃섬의 존재, 낯익은 세상인, 그곳의 삶은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낙후된 전기, 수도, 방역으로 인해 늘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소설은 급격하게 성장한 우리 경제에 가려져 숨겨진, 가려진 삶을 소년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버려지고 잊혀진 그곳에 존재하는 삶에 대해 말이다. 현재 우리의 삶이 낯설다 말하고 싶은 그 세상,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 걸 잊지 말라고 한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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