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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실업 실태' 유쾌하게 꼬집기
2011 오늘의 작가상, 철수 사용 설명서
우리 시대 대표적인 청년 백수를 만났다. 군필의 신체 건강한 청년으로 지방 국립대의 4년제 대학도 나왔다. 한데, 취직은 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철수를 사용해 보지도 않고 철수가 어떤 기능이 있는지 살펴보지도 않고 무조건 외양만 보고 거절하는 것이다. 

‘2011 오늘의 작가상’ 『철수 사용 설명서』(민음사, 2011)는 제목답게 철수라는 제품에 대해 다양하게 설명하고 사용자 후기나 공지 사항들을 기록한다. 20대들의 일상과 고민을 취업, 학습, 연애, 가족으로 나눠 이야기 한다. 처음부터 철수가 연애도 못하고 가족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건 아니다. 취직도 그렇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청년 실업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철수라는 인물을 통해 낱낱이 보여준다. 이 소설이 돋보이는 점은 철수라는 인물을 하나의 제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델이 나오고,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 아니면 사라지고 마는 전자제품처럼 더 좋은 학벌, 더 다양한 스펙을 쌓지 못하면 뒤쳐지는 청춘의 현실을 이야기 한다. 새로운 기종의 가전 제품이 나올 때마다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바로 우리 사회인 것이다.

소설은 철수를 하나의 소모품처럼 여기는 사회를 비판한다.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의 철수를 받아들이지 않고 뭔가 요구를 하는 것이다. 술을 잘 마시고 못하고, 긴장하고 당황하면 몸이 뜨거워지는 건 결격사유가 될 수 없다. 천천히 철수를 알아간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일이다. 한데 세상은 철수가 가진 능력을 발휘할 곳은 없다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모두 고장이라는 건 결국 정상이라는 얘기가 아닐까. 고장 나는 게 사실은 정상이 되는 길은 아닐까. 하지만 어느 누구도 먼저 나서서 고장 난 제품이 되겠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p. 129

독특한 구성의 흥미로운 이 소설은 청년 실업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그건 수많은 철수가 우리 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아들, 옆집 청년, 동생이나 조카의 모습으로 말이다. 취업 사이트를 들락거리고 셀 수 없을 정도로 이력서를 쓰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일 수 있다. 그렇다고 침울하거나 우울하지는 않다.

작가는 83년생으로 주인공 철수와 같은 29세다. 그러니까 자신과 같은 청춘들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사회를 꼬집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겪는 불안을 알지만 아쉽게 느껴지는 건 그들만의 소설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것도 얹혀 있지 않았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은 가벼워지거나 사라지는 법이 없으므로 그것을 딛고 올라서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딛고 위에 올라서면, 다시 그 위에 무언가 묵직한 것이 철수를 짓눌러 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언제나 이전보다 더 크고 무거웠다. 어쩌면 더 가볍거나 혹은 늘 같은 무게였는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거듭될수록 철수에게는 버겁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무겁다고 하면, 서비스 센터에서조차 고치기 힘든 '엄살'이란 딱지가 달라붙었다.’ p.198~199

산다는 건 그렇다. 철수를 짓눌러 오는 무언가는 언제나 바뀔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취업이었던 게 결혼, 집, 자녀양육, 노후로 바뀔 것이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의 시간을 보내며 철수는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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