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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은 어린이의 눈으로 찾아낸 추억들,이승무展
여기 작은 집 한채가 있다. 주인장은 창에 발을 드리운 채 방에서 책을 읽는지 모습을 볼 수 없다. 대신 노란 새가 지붕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고, 강아지는 나무 밑에서 한가롭게 놀고 있다.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삶의 소중함이 화폭 속에 오롯이 담겨있다. 화가 이승무(Lee Seungmoo)의 근작 ‘휴식’(캔버스에 유채, 2010년)이다.

경북 청도에서 작업하는 중견화가 이승무 씨가 서울서 개인전을 갖는다. 이 화백은 오는 8월 17일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화가 이승무는 단순한 조형언어로 맑디 맑은 동심의 세계를 함축해 보여준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최소한의 이미지와 선묘로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게 표현해낸다. 맑고 투명한 그의 그림은 난해한 작품들이 홍수를 이루는 현대미술계에서 더없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저 따뜻한 그림 속 주인공이 나였으면...’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그렇지만 이승무의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결코 간단치 않다. 이는 궁극적으로 그가 추구하는 조형세계가 누구나에게 각인된 어린 시절 추억인 동시에, 인간의 이상적인 삶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고 화려한 것을 끝없이 욕망하고 소유하면서도 마음은 더없이 공허한 도시인들에게 작가는 그림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며 유유자적하는 삶’의 가치를 차분히 들려준다. 평범하고 차분한 작품이지만 그 속에 인간 존재와 삶의 본질을 꾹꾹 눌러담아 형상화하고 있는 것.

피카소가 “어린아이 같이 그리기 위해 평생을 그렸다"고 했듯 이승무 화백 또한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과 마음을 통해 삶의 정수를 우리 앞에 환기시키고 있다.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풋풋하고 단순한 이승무의 그림들은 우리 생의 빛나는 한 순간을, 작은 티끌같은 존재지만 온 우주를 가슴에 품을 수 있는 존재인 인간을 진실되게 직조해낸다.



작가는 대상을 아름답게 장식적으로 표현하기 보다, 대상이 지닌 본래의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이를 위해 형태를 최대한 단순화시켜 평면적으로 구성한다. 그리곤 엷은 황토색과 톤다운된 부드러운 녹색으로 우리를 추억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에따라 그의 작품에선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고, 어릴적 고향의 흙냄새가 느껴진다. 시골집 툇마루에서 바라보는 둥근 보름달, 강아지와 거니는 오솔길을 그린 그림들은 감상자의 억눌린 마음을 스르르 무장해제시키며 "삶이란 이렇듯 살만 한 것"이라고 속삭인다.



계명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청도에서 교단에 서며 작업하는 이승무 화백은 요란한 미술사조나 공모전에 연연하지않은채 묵묵히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다져왔다. 그간 다섯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내외 그룹전 등에 다수 참가했다. 6회째인 이번 개인전은 오는 8월 23일까지 열린다. 02-730-5454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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