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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탄한 스토리·쉴새 없는 코미디…그녀와의 여름밤을 위한 뮤지컬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영화에 데이트 무비가 있듯, 데이트 뮤지컬도 있다.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발랄한 공연을 찾는다면 ‘아가씨와 건달들’이 딱이다. 전형적인 미국 브로드웨이식 로맨틱 코미디물로, 특유의 낙천성이 전체 극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작품은 데이먼 러니언의 단편 ‘미스 새러 브라운의 스토리’를 토대로 했다. 14년째 약혼 중인 도박꾼 네이슨(이율, 진구)과 클럽의 쇼걸 아들레이드(옥주현, 김영주), 또 다른 유명 도박꾼 스카이(김무열, 이용우)와 선교사 사라(정선아)의 사랑을 코믹하게 그렸다. 1950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60년이 넘도록 생명을 이어올 정도로 상품성이 입증된 작품이다.

관객들은 1920년대 뉴욕의 정취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 술과 담배, 도박, 쇼걸들의 선정적인 쇼 등으로 들끓던 미국 맨해튼의 풍경을 담았다. 뉴욕 거리에서 흘러나왔을 법한 음악이 귀를 사로잡고, 카리스마가 전혀 없는 건달들과 땡땡이 무늬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들이 무대 위를 총총 뛰어다닌다. 스타일 못지않게 코미디도 복고다. 빠른 템포로 주고받는 말장난, 슬랩스틱류의 코미디가 잔재미를 준다. 중절모를 쓰고 몸에 딱 붙는 정장을 입은 두 건달의 커플 댄스는 ‘개그콘서트’의 몸 개그 못지않다.

사람으로 치면 50세를 넘긴 뮤지컬의 고전이지만, 이지나 연출이 2011년형 새옷을 입혔다. 미국 대공황기의 옛날 이야기지만 네이슨과 아들레이드의 관계를 연하남-연상녀 커플로 설정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사랑의 보편성을 확보했다. 또 건달이 지나가는 늘씬한 미녀들을 보며 “은혜롭고 착한 사이즈야”라고 말하거나, 남자들의 시시껄렁한 구애를 ‘작업 중’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현대의 유머 코드가 빛난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텍스트라도 결혼이나 여성을 둘러싼 달라진 관념이 작품 해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극중 아들레이드가 “난 너의 벨트가 될거야”라며 집착하거나, 두 여자(아들레이드, 사라)가 “결혼을 해야 해. 도망간다면 끝까지 추적해 내 걸로 만들어”를 노래하는 모습은 코미디로 변주됐다.

다만 아들레이드의 쇼박스 무대는 아쉬운 부분. 이번 쇼걸은 ‘왜 뉴욕 최고의 쇼걸’인지 납득이 안 되는 귀엽고 평범한 쇼걸이다. 제 아무리 14년째 약혼 중인 푼수끼 넘치는 여자라도 직업이 쇼걸인데 섹시하고 요염한 매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들레이드는 “퍼줄게, 몽땅 퍼줄게”라며 남자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푼수끼 넘치는 여자에 머물고 만다.

전반적으로 ‘레미제라블’이나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묵직한 작품을 기대한 관객만 아니라면, 누구든 쉽게 웃고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의 미덕을 갖췄다.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복고풍 코미디와 자잘한 말장난이 관객들의 기분을 확실하게 띄워준다.

9월 18일까지 LG아트센터. 02-2005-0114

조민선 기자/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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