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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은 정보왜곡경제 탓
2009년 독일 소비자단체인 푸드워치는 식품업체 다농을 ‘2009년도 최고 허풍선이상’ 수상자로 선정한 적이 있다. 다농이 생산한 제품 액티멜이 가장 심각한 상표 속이기에 해당된다며, 소비자들이 표를 던진 것이다. 기존의 천연 요구르트와 전혀 차이가 나지 않는데 교묘한 상표 속이기로 4배나 비싸게 가격을 책정,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다. 다농은 이 제품으로 전 세계에서 10억유로를 벌어들인다. 이는 최근 불거진 국내 블랙신라면 사태를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2006년 8월 금융위기 직격탄을 예언한 ‘붕괴가 다가온다(Der Crash kommt)’라는 책이 적중하면서 유명세를 탄 독일의 저명한 경제학자 막스 오테 보름스대 교수가 이번 ‘정보왜곡 경제’(로그아웃)에선 시민사회의 붕괴를 예언했다. 정부와 정치권마저 무기력하게 손놓고 있는 정보왜곡 경제를 방치할 경우 민주주의 공동체 붕괴마저 우려된다는 경고다.

막스 오테 교수는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정보왜곡 경제를 꼽는다. 금융계, 대기업, 정치권 등이 시민들의 성숙한 판단을 흐리게 할 목적으로 동원하는 왜곡과 과잉, 숨기기, 부정직, 유인 등이 모두 해당된다. 거칠게 말하면 일종의 사기일 수 있지만 속인다기보다 세부내용, 진짜 비용을 알려주지 않는 식으로 법망을 피한다는 측면에서 다르다. 특히 고도화되는 기술과 단순화하는 표준화 공정시스템 등은 정보와 지식, 노하우에 대한 접근 자체를 불허한다는 점에서 정보왜곡경제의 구조적 측면이기도 하다.

막스 오테 교수는 식품회사의 제품과 금융상품 판매, 우체국 무인센터, 익명의 인터넷 발언, 경영진의 보수, 국민통계까지 생활 속에 만연해 있는 정보왜곡 사례들을 낱낱이 제시한다. 또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강자들이 왜 정보왜곡에 엄청난 관심을 갖는지, 우리가 몰라서 혹은 귀찮아서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사이, 정보왜곡 경제는 어떻게 굴러가고 정보의 피해자들은 어떤 경제손실을 입고 생존기반이 흔들리는지 보여준다.

저자가 사례를 일일이 들어가며 설명해 나가는 얘기들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것들임에도 우리 현실을 들여다본 것 같은 동일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가령 블로거들이 특정회사로부터 대가성 제품홍보를 한다든지, 소비자를 가장한 자사상품 광고, 입맛에 맞춘 여론조사활동, 온라인 포럼, 철도회사, 통신업체들의 의도적으로 불투명한 요금체계, 구글 등 인터넷 업체들의 고객정보수집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저자는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가 어떤 매장 시스템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지, 프랜차이즈 사업이 어떤 시스템으로 사업자들을 멍청하게 만드는지 자세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노예제도 2.0’이라고까지 부른다.

정보왜곡은 정보를 가진 쪽은 점점 더 그 힘을 확장하며 그렇지 못한 쪽으로부터 과도하게 많은 걸 가져가기에 문제다. 한 마디로 권력의 이동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은 물론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세뇌됨으로써 그런 시스템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종국엔 기술과 정보, 노하우는 소수에 쏠리고 나머지에겐 기계적으로 서비스하는 일만이 주어진다. 계몽주의가 시작된 이후 극복됐다고 믿었던 약탈경제체제로 다시 빠져들고 있다는 게 저자의 우려다.

우리가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경제 수치들도 저자에 따르면, 정보왜곡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런 정보왜곡이 경제 행위자들의 정보왜곡에 대한 관심과 정치권의 무능과 무지, 미디어와 저널리즘의 약화 등에 의해 일어난다고 본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규제와 개방 사이에서 정부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마스 오테 교수는 정부의 역할을 더 바짝 밀고 간다. 저자는 신자유주의라는 종교의 세뇌에서 벗어나는 의지가 필요하다며, 자유시장의 장점이 아무리 많더라도 국가는 책임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60년 전 경제학자 알렉산더 뤼스토프 말을 빌려 결론적으로 제시한 제3의 길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강력한 국가의 필요성,주주가치 부정 등 반기업적으로 들리는 것들이 많다. 그렇다고 능률효과, 수익추구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공고한 민주주의 기반위에 윤리적 규범, 거래의 공정성, 충실성 같은 진부한 덕목들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오히려 근본적이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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