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흥겹지만 슬픈…춤은 눈물이었다
1945년 젊은 투쟁일기…연극 ‘청춘 18대1’ 리뷰
역사속 무명의 독립운동가

몸짓으로 그린 저항메시지

‘뻔한 신파’불구 감동 선사





“우리 함께 춤 출래요?”

상대방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달콤한 제안. 하지만 춤을 추는 행위는 저 끝에 있는 죽음과 맞닿아 있다.

‘춤을 추면 죽는다’는 비극적 명제 앞에, 나라를 잃은 슬픔과 좌절에 휩싸인 가엾은 청춘은 극단의 선택을 한다. 한 달 뒤 댄스파티를 열고 폭탄테러를 하겠다는 무모한 도전. 작품은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빛나는 청춘의 치기어린 투쟁을 최대한 유쾌하게 풀어냈다.

연극 ‘청춘 18대 1’(연출 서재형ㆍ대본 한아름)은 2008년 초연, 2009년 재공연을 거쳐 이번이 세 번째 무대다. 초연을 올린 배우가 대부분 함께했으며, 일본인 나쓰카 역의 김나미와 강대웅 역의 임철수만 추가 합류했다. 초연 당시 평균 28세의 배우는 32세가 됐고, 실제 그들의 청춘을 이 연극과 함께했다.

극은 1945년 일본 도쿄에서 우연히 만난 젊은이의 댄스홀 폭파 사건을 소재로 했다.

도쿄 최고의 댄스강사 이토에(김은실 분)는 도쿄시청장을 암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댄스장을 운영한다. 이토에를 중심으로 다양한 청춘이 의기투합한다. 바보, 소녀, 임산부 등 누군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약한 존재가 바닥에서 용기를 끌어올린다는 설정은 지독한 신파지만, 감동을 주기에 좋은 소재다. 


형 정윤철(이원 분)이 바보 동생 기철(김선표 분)에게 “너 이 춤 추면 죽어”라고 말리면, 동생은 “죽는 건 매한가지”라며 담담한 척한다. 하지만 관객은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이처럼 살떨리는 두려움 앞에서도 “싸워보지 않았잖아. 그냥 맞기만 했잖아. 뭐라도 해보려고 용기내지 않았잖아”라며 무력한 청춘을 질타하는 대사는 이 시대 청춘에게 던지는 메시지 같아 코끝이 찡하다.

나라를 빼앗긴 젊은이의 극한에 달하는 한과 투쟁을 소재로 했지만, 춤이 등장하는 신은 한없이 발랄하다. 투사(?)가 춤을 배우는 댄스신은 관객의 무거워진 마음을 단번에 들썩이게 한다. 배우는 수년간 단련해온 퀵스텝, 차차차, 왈츠 등을 능숙하게 선보인다. 판타지로의 진입을 알리는 딸랑거리는 자전거 벨소리, 나지막히 깔리는 서정성 짙은 음악은 극의 로맨틱 무드를 더한다.

드디어 D-DAY. 댄스신으로 가벼워진 분위기는 순간 비극으로 치닫는다. 처음 시도한 폭탄테러가 불발되고, 폭탄 심지에 다시 불을 붙일 때까지 신파 코드가 극대화한다. 감동을 극대화하려는 연출가의 의도는 짐작되지만, 그 자체로 슬픈 상황을 담백하게 표현 못한 점은 아쉽다.

배우는 제법 일본어도 소화하고, 춤에 있어서는 전문 댄서처럼 능수능란하다. 다만, 너무 극에 몰입한 탓인지 시종일관 힘이 들어간 듯한 느낌이다. 28일까지 신촌 더스테이지. (02)744-4011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연재 기사